미 동부 최초의 한국 사찰 뉴욕원각사가 10년여 간 추진한 대작불사의 화룡점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뉴욕원각사(주지 지광 스님)는 25일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작불사의 마지막 단계인 전통 대웅전 건립에 들어간다. 원각사 대작불사는 미주만이 아니라 한국 불교사에서도 의미있는 세가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해외불사로는 역대 최대 액수인 10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 둘째, 세계 최고의 목재인 캐나다 밴쿠버산 전나무와 더글라스포 나무들이 무려 트럭 40대에 실려 왔다. 최고 수령 750년부터 최하 450년 된 목재들로 사찰 건축물을 조성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국 최고의 도편수 중 하나인 이광복 도편수는 "보통 이런 목재들은 최고급 가구로 쓰여지는데 전량 원각사 대작불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12년부터 원각사 회주 정우 큰스님과 함께 수 차례 밴쿠버까지 발품을 팔았던 주지 지광 스님도 "록키산에 가면 아로마세라피 효과가 있는 향기좋은 나무들이 있는데 마침 우리가 계약하게 된 나무들이 목재업자가 프레이저 강물에 담궈놓은 최고급 나무들이었다"고 들려주었다.
셋째, 원각사 대작불사는 축조 방식에서도 미국 건축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는 방식이 도입된다. 84평 규모의 대웅전을 비롯한, 무량수전(65평), 선방(72평) 등 건축물을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 그대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둥만 18개, 서까래가 총 509개가 소요되는 대웅전은 원칙적으로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건립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원각사가 위치한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정부는 못을 쓰지 않고 대웅전을 세운다는 얘기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 미국식 기준에 맞춘 수십장의 설계도를 제출하고 1000년이 넘는 한국의 전통 건축물 예를 드는 등 끈질긴 설득이 있었고 결국 못 활용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대웅전 건립에 앞서 75%의 목재가 전남 나주로 운송돼 1년반만에 서까래와 포재(기와밑에 들어가는 나무) 등 15만재의 치목(목재다듬기) 작업을 끝냈다.
길이 15m가 넘는 대들보와 기둥 등 대형 목재들은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원각사에서 치목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이광복 도편수를 비롯, 김영중 부편수 이재복 임경배 김정윤 목수 등 5명의 장인들이 원각사에 합류했다.
상량 대들보와 기둥, 추녀, 중방, 평방 등 순차적인 작업을 거쳐 대웅전은 원각사 창건 41주년을 맞는 11월 초까지 완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974년 숭산 큰스님에 의해 미 동부 최초의 한국 사찰로 창건된 원각사는 법안 큰스님이 1987년 뉴욕주 샐리스베리밀스의 230에이커(약 30만 평) 부지로 이전, 미주 최대 한국가람의 토대를 닦았다.
원각사는 1990년대 초 법안 큰스님의 와병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2004년 '도심 포교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우 스님이 주지의 인연을 맺으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수십억원을 들여 도량을 정비하고 2010년엔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좌대 포함 10m의 미주 최대 청동불상을 건립하는 결실을 이루었다.
그로부터 5년만에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전통 양식의 대웅전 건립의 대역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원각사는 2017년까지 적멸보궁, 종각과 일주문, 천왕문을 단계적으로 세워 '불보사찰' 통도사의 직계사찰로서 면모를 갖출 예정이다.
대작불사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지광 스님과 성원 스님(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겸임교수) 진양 스님 상민 스님, 그리고 400여명의 불자들은 24일 원각사 큰법당에서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대법회를 봉행하며 대작불사의 원만성취를 기원했다.
정화섭 불사추진위원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회주 정우 큰스님의 많은 노력과 속에 불자들의 성원으로 대작불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하 450년부터 750년 된 나무들로 지어지는 대웅전 등 원각사 대가람은 앞으로 천년을 넘어가는 불도량으로 해외전법의 중심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법회를 마치고 열린 봉축 공연에서는 원각사합창단의 하모니와 정혜선 한국전통예술원의 부채춤과 소고춤, 삼고무, 소프라노 박소림의 찬불가, 작곡가 이진구의 피아노 연주가 이어졌고 대웅전 기와불사와 전통 양식의 무량수전 납골봉안당 분양 접수가 시작돼 불자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