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문화재는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흔히 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경남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총 8만1352판(공식기록 8만1258판) 중에서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36판을 경판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오는 10월께 여론 수렴에 나선다.
문화재청은 10일 뉴시스에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경판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오랫동안 학계에서 설왕설래가 있어 왔다”며 “유형문화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전문가 및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10월께 공청회나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와 유산에 따르면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총8만1258판의 목판에 새긴 '고려대장경'으로 목판의 판수 때문에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불렸다. 몽고의 침입으로 불탄 초조대장경을 대신해 만들어져 '재조대장경'으로도 일컬어진다. 지난 1962년 국보 제32호로 지정됐고 2007년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유네스크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올해는 1915년 일제가 팔만대장경의 합판수를 공식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당시 발표한 8만1258판이 현재 공식 기록이나 문화재청이 지난 2000년부터 10여 년 간 ‘팔만대장경 디지털화’사업을 진행하며 94판이 더 많은 총 8만1352판임을 지난 2010년경 확인했다.
문화재청의 윤순호 유형문화재과장은 이날 “최근에 해인사에서 직접 찍은 사간판(寺刊板) 중에서 혹시나 팔만대장경이 있나 확인했는데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며 “합판수는 학계 내부에서 알려진 그대로 총 8만1352판"이라고 말했다. 이중 36편이 일제강점기인 1915년과 1937년에 각각 제작됐다.
윤 과장은 “현재 이 36편이 팔만대장경에 포함돼 있어 그동안 논란이 있어 왔다"며 "일제강점기에 새겨진 경판은 등록문화재로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체를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에 100년이 된 올해 안에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에 이 36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며 학술대회를 준비하게 된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윤 과장은 "기록정정은 불가피하다"며 "2010년 자체 조사결과 판수가 기존 8만1258판에서 8만1352판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유네스코에 수정요청을 할 예정인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논란의 36판에 대한 가치평가에 따라 최종 수정, 등재될 판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재청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조선왕실의궤’ 역시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것들이 포함돼 있다.
1910년 이후는 조선 왕실이 아니기 때문에 빼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 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일제의 영향을 받은 고종실록, 순종실록은 국보와 세계기록유산에서 제외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