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세계경기 부진 및 선박 공급 과잉 여파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중국발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전주 대비 11.1포인트 하락한 833.3포인트에 그쳤다. 아시아-유럽 항로는 995.4포인트로 28.6P, 아시아- 미서안 항로는 866.7포인트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 선박 공급 과잉 영향으로 운임이 약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매달 초 일괄운임인상(GRI) 시도에 따라 운임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와 유럽의 경기 회복 지연 및 아시아 지역 수출 둔화 ▲선진국 제조업 회귀현상·중국 내수중심 성장전략 등에 따른 가치사슬 약화로 세계 해운시장 물동량도 상당 기간 동안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통 3분기는 전통적인 컨테이너시장 성수기인데도 수송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 유가 급락에 따른 운임 인하 압력 증대 여파로 운임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국면은 운임 저점을 확인하고 있는 과정으로 본격적인 상승은 아직 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컨테이너 대표지수 중 하나인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24일 548.8p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노선별로 미주의 경우, 항만 적체 해소 이후 운임 하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 운임은 8월 초 반짝 반등했다가 다시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물동량보다 선복량이 더 빠르게 증가해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유가로 연료비가 감소했지만 운임도 낮아졌다"며 "운임을 올리고 싶어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이 일부 노선 감축 등을 통해 기본 운임 상승을 시도했지만 1~2주만에 다시 저점으로 회복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사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벌크선 보다는 컨테이너선사, 유럽 보다는 미주 노선 비중이 높은 선사를 중심으로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국적선사 중 한진해운은 벌크 매출 비중이 6% 내외로 컨테이너 비중이 높은 데다 미주 노선 비중(전체 매출 50%)도 높아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와 벌크 매출 비중이 8대2 정도다. 미주 노선 비중도 한진해운보다 낮은 편이다. 컨테이너 수익이 턴어라운드하고 있지만 한진해운 대비 개선 속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모두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상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자산매각 등 자구 계획을 이행함에 따라 경영은 안정화되고 있다"며 "실적이 좋아져야 하는데 운임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시장 불황이 장기화·구조화될 것에 대비해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공급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컨테이너 박스당 비용을 떨어트릴 수 있는 초대형 선박 발주도 급증하고 있다. 업체간 이합집산(얼라이언스 체제)을 통한 항로와 서비스 재편도 빨라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오는 2019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만8000TEU급 선박 97척이 인도될 예정(7월 기준)이다. 1만3000~1만7999TEU급 발주량도 2018년까지 55척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컨테이너선사는 자구적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발주 대열에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벌크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벌크 화물 최대 수요 지역인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수요가 정체되는 바람에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벌크선 운임 하락과 고가 용선료 등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를 일정부분 개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