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가요 기획사들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연예계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덩치를 키운 건 이미 몇해가 지났다. 최근 IT와 패션을 넘어 실물 경제 장악에도 나섰다.
◇ 진화하는 SM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표하는 SM이 가장 큰 보폭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스포츠마케팅사인 IB월드와이드와 상호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IB월드와이드는 SM 등으로부터 115억 원과 효성그룹의 계열사 등으로부터 89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상호를 '갤럭시아 SM'으로 변경했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 1위 기업간 사업적 제휴가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아 SM'은 현재 박인비, 손연재, 추신수, 심석희, 유소연, 최재우, 차준환 등 각 종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에 대한 매니지먼트 및 컨설팅을 서비스하고 있다.
SM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가 결합된 글로벌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 시장을 적극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SM은 이와 함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과 협업해 한류 관광의 활성화도 꾀한다. 이미 코엑스에 입점한 복합문화공간 'SM타운@코엑스아티움'은 한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레스토랑·카페 브랜드인 'SUM'을 론칭하고 자회사 SM F&B를 통해 이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문화 콘텐츠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미 '슈퍼스타 SM타운' 등을 통해 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 사업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뮤지컬 제작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계열사 에스엠컬쳐앤컨텐츠(SM C&C)를 통해 작년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을 선보인데 이어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초연도 최근 개막했다. '샤이니' 키, '엑소' 첸 'f(x)' 루나 등 SM 소속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한다. 콘서트 기획사 드림메이커를 통해 자사 소속 가수 콘서트뿐 아니라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공연도 추진 중이다.
◇ YG엔터테인먼트 '실물경제 잡아라'
SM과 함께 업계를 대표하는 YG 역시 SM에 못지 않게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을 비롯한 실물 경제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삼성제일모직과 공동설립한 '네추럴나인'의 영스트리트 캐주얼 패션 브랜드 '노나곤'을 통해 이미 패션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한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중국, 대만, 홍콩 등지에 팝업스토어도 오픈했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문샷(moonshot)' 역시 면세점에 입점하는 등 지점을 점차 늘리고 있다.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노희영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영입한 YG푸드를 통해 외식 사업도 최근 시작했다. 합정동 YG 사옥 인근에 문을 연 돼지고기 전문점 '삼거리 푸줏간'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 게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 게임이 자체 개발한 2015년 하반기 모바일 게임 '전민초신'과 공동사업을 하기로 했다. YG 소속 대표 한류그룹 '빅뱅'이 '전민초신'의 전속 모델로 나선다. YG케이플러스를 통해 모델 에이전시도 맡고 있다.
◇ JYP·큐브·FNC·씨제스 '몸집 키우기' 관문은 사업 다각화
SM·YG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주로 음악 콘텐츠에 주력하다 사업에서는 뒤쳐진 JYP도 부랴부랴 발벗고 나서는 중이다. 큐로홀딩스와 공동 사업 계약을 통해 소속 연예인들의 초상권과 음원 등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등을 구상 중이다.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모회사 IHQ가 채널사업자 CU미디어와 합병을 통해 확보한 채널를 통해 큐브TV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중소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SM면세점과 파트너십도 체결해 MD상품도 선보인다.
'씨엔블루' 'AOA'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유재석, 정형돈 등 거물급 MC 겸 개그맨들을 대거 영입했다. 예능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싣게 됐다.
한류그룹 'JYJ' 매니지먼트를 맡아 사업을 시작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최민식, 이정재, 설경구 등 스타 영화배우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거대 배우 매니지먼트사로 이미 성장했다. JYJ 김준수와 뮤지컬스타 정선아를 주축으로 뮤지컬 사업을 벌일 공연제작사 씨제스컬쳐를 세우고, 씨제스 모델 에디션을 통해 모델 에이전시를 시작하는 등 역시 사업 다각화의 돛을 올렸다.
◇가요기획사, 사업 다각화는 필수
가요기획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필연적이다. 수익의 대부분이 유통사에 돌아가는 '음원 소비' 위주의 대중음악 신에서 음악 제작만으로는 먹고 산다는 건 가요기획사에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로지 음악만을 추구하던 서태지가 공연제작사 스포트라이트를 세우고, 뮤지컬 연출 겸 음악감독 박칼린을 영입, 자신의 노래로 구성될 뮤지컬 '페스트'를 제작 중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와 함께 드라마, 영화 등 연예 관련 사업만 벌이는 것 역시 수익이 한정돼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빈번해 주가까지 출렁이게 하는 연예인들게만 의존하기에는 수익 구조에 불안요소가 많다"며 "대형 기획사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실물경제에 발을 들이는 이유다. 여기서 벌어들은 돈으로 가수 제작에 다시 안정적으로 투입할 수 있으니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셈"이라고 짚었다.
아이돌 한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정세에 영향을 받는 한류는 가능성도 크지만 그 만큼 불안요소도 잠재됐다.
정부가 한류의 체계적인 육성 및 분야별 융합·협력에 대한 기대로 발족한 한류기획단의 행보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드라마와 아시아 중심이던 한류 1.0(97년∼2000년대 초반)을 지나 K팝 열풍에 힘 입어 미주·유럽에 확산된 한류2.0을 거쳐 한류 영역 및 지역적 경계를 확대해야 하는 한류3.0(현재~)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콘텐르를 만드는 회사 뿐 아니라 화장품·패션 등 소비재 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한류핵심국가의 지속적 수요 유지 및 관리를 위해서는 한류와 소비재 융합수출 연계가 필연적이라는 판단이다.
SM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주도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5 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에서 콘서트와 IT를 결합한 K팝 공연 '서라운드 뷰잉', 한류와 문화 상품 등이 결합된 셀러브리티 셥 'SUM' 등을 선보였다.
한편에서는 향후 대형 가요기획사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 같은 구조에 안타까움도 내비친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음악 제작에 안정적인 자본을 투입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탄생한 콘텐츠로 또 다른 수익을 내는 순환은 중소업체에게는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인디 음악 신 관계자는 "음악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기획사들이 괜한 자격지심을 느낄까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