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9월10일 개봉
감독 권형진 / 출연 : 마동석, 조한선, 김민경, 지안 / 장르 : 스릴러, 범죄 / 96분 / 청소년 관람불가
‘준식’(조한선)은 5년 전 아내 ‘소연’(김민경)이 첫 아이를 유산한 뒤 트라우마가 생겨 부부 관계를 전혀 갖지 못한다.
그런 남편을 평소 안타까워하던 소연은 준식에게 기분 전환을 하자며 여행을 제안한다.
두 사람이 떠난 곳은 서해의 어느 외딴 섬. 그곳에서도 두 사람은 차를 몰고 핸드폰이 아예 터지지 않는 산속 깊이 들어간다. 소연이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맛집을 찾아서다.
이윽고 만난 맛집, 그런데 아무리 외딴 섬 산속이라고 해도 가게가 너무 남루하다. 게다가 주인 ‘성철’(마동석)이 장애인인 미모의 아내 ‘민희’(지안)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등 분위기가 왠지 험악하다.
소연은 준식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하지만, 눈치 빠른 성철은 모처럼 온 손님을 놓칠세라 토종닭 백숙을 맛있게 끓여내고, 준식 부부에게 귀한 지네 술을 권하는 등 살갑게 대한다. 특히 준식은 민희의 미모와 독특한 색깔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고 만다.
결국 두 사람은 경계를 풀고 그곳에 머물기로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해가 지고, “방도 남아도는데 하룻밤 자고 가라”는 성철의 친절한 권유에 준식과 소연은 하룻밤만 묵고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왠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이들을 덮쳐오기 시작한다.
특히 화장실을 다녀오는 소연을 우연히 만난 성철은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 듯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데…. 소연과 성철은 대체 어떤 사이이며, 준식과 민희는 앞으로 운명에 처할까.
1000만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속 카메오 ‘아트박스 사장’은 잊어라.
전작들에서 마초적인 분위기와 험상궂은 인상과 달리 ‘허당’스럽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요미’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애칭까지 붙은 마동석이 살인과 성폭행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로 180도 변신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분히 폭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틈틈이 맛깔나는 대사로 관객이 익숙한, 코믹하고 정겨운 모습을 보여줘 안도하게 한다.
그러다 조금씩 마각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악마로 돌변한다. ‘착한 사람’으로 익히 알았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접하게 되니 더욱 두렵고 충격적이다.
오래 되지 않았으나 독특한 캐릭터로 자신의 자리를 굳힌 마동석의 이번 변신이 앞으로 그의 연기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예전과 비슷한 캐릭터에 캐스팅되지 못한다면, 아니 관객이 그의 예전 캐릭터를 부담스러워 한다면 역설적으로 그의 변신이 성공한 것이다.
그런 성공이 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 참, 이 영화에는 원초적인 폭력과 노골적인 성관계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니 이 점 감안하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