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데이터로 '중국 농업' 강하게"…지앙춘링 롱크레딧 대표

중국 농업인구만 7억명…4200억 위안 자금 수요 시장

2004년부터 매년 중국 정부의 '중앙 1호 문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중앙 1호 문건은 중앙 정부가 새해 내리는 첫 지시라는 뜻으로, 1년간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3농 문제'는 올해까지 12년 동안 1호 문건의 첫 머리를 장식한 이슈다. 3농은 농촌·농업·농민을 말하는데, 3농문제는 농가 인력이 고령화되면서 농업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농촌의 빈곤이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약 2년 전부터 3농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가 빅데이터다. 농촌의 자금 수요 잠재력을 내다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간 대출(P2P)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앙춘링(姜春玲· 38)사장은 중국의 농업 부문 빅데이터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여성 리더다. 중국 빅데이터 연맹의 농업부문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위원장이자 롱 크레딧(Long Credit) 사의 대표다. 지앙씨는 지난해1월 롱 크레딧을 설립해 농촌의 신용도 분석 사업을 하고 있다.

지앙 사장은 "중국의 가난한 농민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금난'"이라며 "아직까지 중국 지방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싶은 농부들은 은행원들에게 선물부터 내밀고 점심 식사를 대접해야 할 정도로 금융 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는 자금 수요시기와 공급 시기의 '미스매치'다. 농부들은 수확 전에 종자나 농기계 구매 등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정작 돈은 수확 이후에나 수중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또 농부들이 주로 찾는 지방은행은 대출 심사 기간이 2~3달씩 걸리는데다 농부들이 적당한 담보도 없어 불리한 조건에 금융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앙 사장은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중국 농부들은 일반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의 액수도 너무 적어 농업 생산에 제한이 많다"며 "이 때문에 인터넷 금융과 농업을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앙 사장은 중국의 전통적 농업지역인 화북지방 출신이다. 이웃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는 농민공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자라왔다.

그는 중국농업대학을 졸업한 이후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중국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살려 농촌 빅데이터 산업에 뛰어들었다.

지앙 사장은 농부의 신용평가를 하기 위해 농부의 생산과 수확, 유통을 돕는 전반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농부에게 재배법을 가르치고 작물의 상태에 따라 어떤 영향제를 투입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지리정보시스템(GIS) 망을 이용해 수확 과정을 꼼꼼히 살표보고 수확한 작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걸 돕거나 다른 판로를 연결해 주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농사 과정을 함께 해봐야 그 농부의 신용도를 정화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농부의 수확 시기가 주로 언제인지 생산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는지 등 농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신용등급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지앙 사장의 회사 롱 크레딧은 농부들에게 특히 고소득작물을 재배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인삼이나 블루베리 농사는 잘만 키우면 나중에 일반 쌀이나 보리보다 20~30% 이상의 수익이 더 많이 나기 때문이다.

롱 크레딧은 현재 10개 지역을 선정해 만평 이상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전역 농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지난 18일 '한·중 빅데이터 심포지엄'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지앙 사장을 만나 중국의 농업과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농업학을 전공하고 데이터 기반 사업에 뛰어든 점이 신기하다.

 "처음에는 정부의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를 연구하는 일을 했었다. 데이터 활용의 범위가 금융, 교육, 문화까지 넒어졌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농촌에서 컸기 때문에 '농부는 왜 부유해질 수 없나' 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다른 분야에서 데이터가 활용되는 걸 보면서 농업도 분명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도중 농부들을 대상으로 P2P 대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사업가는 많은데 여기에 맞는 신용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구체적인 성과로 꼽을 만한 사례가 있나.

 "지금 완성돼 한창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은 농방바오라는 식물 농장 전용 지원 프로그램이다. 농부들이 재배지역과 키우는 작물, 면적 등 여러가지 정보를 투입하면 그에 맞춰서 신용도 분석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농방바오 안에는 여러 종류의 식물 정보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농부들이 향후 만들어 낼 경제적 가치를 알 수 있고 그에 맞춰서 신용등급을 책정할 수 있다."

-직접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지 않고 신용평가 등급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나.

 "P2P 업체는 돈은 많지만 돈이 필요한 농부가 어디있는지, 그 농부의 경제적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우리의 첫번째 고객은 P2P 업체가 아니라 자금이 필요한 농부들이다. 돈이 필요한 농부가 우리 회사 사이트에 와서 회원정보를 등록을 하면 우리가 P2P 업체를 설득해 자금을 빌려주도록 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정보를 선택하길 기다리는 것 만이 아니고 직접 나서서 설득한다."

-한국 빅데이터는 주로 금융 부문에서 많이 쓰인다. 농업 부문의 빅데이터 잠재력이 얼마나 있다고 보나.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수만 7억명이다. 농부들이 빌리는 자금의 규모가 작아도 일단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자금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또 최근 중국 농부들은 예전의 소규모 농업 형태에서 벗어나 합작사나 농업기업 형태의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다. 농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예전에는 20%가 채 안됐지만 40%까지 확대됐다. 앞으로 농촌과 관련한 인터넷 금융 시장의 규모는 어림잡아 4600억 위안까지 늘어날 거라고 본다."

- 대표적으로 농업 인터넷 금융을 열심히 하는 회사가 있나.

 "한국에서도 유명한 알리바바도 농촌 인터넷 금융 사업을 굉장히 활발하게 추진한다. 알리바바는 3~5년 내 100억 위안을 투자해서 1000개의 마을에 이런 인터넷 금융 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을 센터에 고용하고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교육한 뒤 이들이 '똑똑한 농촌'을 만드는 데 앞장서게 한다는 계획이다. 몇몇 시범 지역에서는 벌써 젊은 친구들이 알리바바의 센터에서 일하면서 농촌 내 어르신들의 물품 구매나 농사를 돕고 있다."

-한계를 느끼는 부분은 있나

"일단 농부들의 정보가 더 많이 생성되려면 금융 시스템을 사용하는 농부들이 늘어야 한다. 교육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농촌이 고령화 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더 있다면.

 "앞으로는 '건강' 부분이 중국인들에게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될 거다. 농업은 이 '건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제때 건강하게 농산물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농촌은 부유해질 수 밖에 없을 거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농민들을 건실하게 하고 중국의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중국 빅데이터 기업이 단기간에 많이 생겼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중국에서는 P2P 산업이 사실 더 먼저 발전했다. 돈을 많이 번 개인들이 은행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거다. 중국의 P2P 업체들은 중소기업에 돈을 대주는 한국식 모델과는 좀 다르다. 세밀하고 좀 더 미시적이다. 예를 들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P2P 업체가 있다던지, 중국 내 사는 외국인을 위한 P2P 회사 등 고객군이 아주 분명하다. 세밀하게 P2P 발전한 만큼 신용 등급을 측정하는 빅데이터 회사도 함께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는 없나

"중국 정부는 비식별 정보는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확실히 밝혔다. 이름도 연락처도 필요가 없다. 사실 중국이 법 의식이 약하다고 본다. 현실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먼저 발전됐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뒤늦게 생기기는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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