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내 보험부터 깬다' …생명보험 가입률 가정주부만 '유일' 하락

보험연구원, 화이트칼라·자영업·은퇴자 등 7개 직업군 조사, 주부만 모든 상품가입률 '하락'

# 1. 50대 가정 주부 박 모씨는 15년간 월 20만원씩 내고 유지해 오던 자신의 종신보험을 최근 해약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회사에서 남편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불안했기 때문이다. 한푼이라도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보험부터 줄였다. 

하지만 나이 탓에 몸도 성치 않아 입원이라도 하면 목돈이 들어갈 것 같아 보험을 아예 끊을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대신 월 10만원짜리 실손보험에 들었다. 박 씨는 "오랜 동안 보험료를 내 왔는데 수백만원 손해를 보고 해지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2. 30대 전업 주부인 강모씨는 최근 10년간 부어왔던 종신보험을 해지했다. 매달 15만원씩 10년을 더 넣어야 하는데 남편 종신보험에 자녀들 실손·교육보험까지 내야 하다보니 보험료 부담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자신의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남편 이름으로 된 종신보험을 증액했다.

불황으로 그야말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지자 보험을 깨는 엄마들이 늘고있다. 구겨진 살림살이를 펴기 위해 주부들은 눈물을 머금고 자녀나 남편 보험 대신 본인 보험부터 정리하고 있다. 

'행복한 노년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보험마저 줄이는 현실을 볼 때 가정 주부들이 느끼는 불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이나, 노후 생활비 보장 등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을 줄이다 보니, '엄마의 노후 삶'이 걱정스러운 게 현실이다. 

29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부들의 개인별 생명 보험가입률은 84.8%로 지난해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개인당 가입한 보험건수 역시 1.9건에서 1.7건으로 줄어들었다.

상품별 가입률로 보면 보험을 해약하는 주부들의 움직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화이트칼라·자영업·은퇴자 등 조사대상 7개 직업군 중 전 상품에서 가입률이 하락한 직업군은 주부가 유일하다. 

주부들의 질병보장보험은 지난해 78.9%에서 올해 75.6%로 떨어졌고, 사망보장보험은 24.8%에서 18.9%로 하락했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서 들어두는 저축성보험역시 가입률이 1년새 3.7%포인트 떨어져 19.4%를 기록했고, 변액보험 가입률은 7.9%에서 6.9%로 낮아졌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가계의 여윳돈이 줄면서 보험을 가입하려는 주부들은 감소하고 보험을 해약하려는 주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보험 해지를 문의해오는 주부 고객들이 늘었다"며 "집안 사정이 안좋아지면 주부 고객들이 본인 명의의 상품을 먼저 해약하고 그 다음 자녀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을 정리하는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몇년 전부터는 고소득층 가정 주부와 중산층과 저소득층 주부 사이의 양극화도 뚜렷하다"며 "고소득층 가정 주부들은 연금이나 여윳돈 마련을 위해서 보장성 보험 외에 변액보험이나 개인 연금 보험을 추가로 드는 반면, 중산층 이하 주부들은 갖고 있던 보험을 해지하고 당장 보험료가 싼 실손보험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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