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아끼고 또 아끼지만, 불안 늘 엄습"…미래 소비도 어두워

60대 이상 소비성향 11.8%p↓…감소 폭 가장 커

#1. 서울에 사는 A씨(59·여)씨는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뒤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아이돌보미' 일을 시작하게 됐다. 24개월 된 아이를 하루에 9시간씩 돌보면서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벌고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은 적금으로 붓고 있다. A씨는 "지금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데 나중에 몸이 아프면 어떻게 할지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 인천에 사는 B(62·남)씨는 신발가게를 접은 이후 생활비 부담이 막막해지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노인취업센터에 올라오는 일자리는 월급 20만원 정도에 불과한 지하철 택배 등이 대부분이고, 간간히 소개되는 경비원은 경쟁이 치열해 마감되기 일쑤다. B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깨쓴다 해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안 쓰고, 아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후 불안이 심화되면서 씀씀이를 줄이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고령층의 소비 감소는 '전체소비 위축→ 내수 침체→ 경제성장 둔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계동향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0대 이상인 가구주의 소비성향 감소폭은 14년 전(1999년)보다 11.8%p 줄어 전 연령층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이어 50대 -10.3%p, 40대 -4.0%p, 30대 이하 -3.7%p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소비가 젊은 층에 비해 2배 가량 줄어든 셈이다. 올 1분기에도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 성향은 68.3%로 전체 평균(72.3%p)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미래 소비지출에 대한 전망도 고령층은 어둡기만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최근 소비심리 움직임의 특징과 시사점'을 보면 60대 가구의 소비지출 전망은 95p로 장기 평균(7년간 월별 평균)인 101p보다 6p 낮았고, 70대 이상도 100p로 장기평균(105p)에 못미쳣다. 소비지출 전망은 미래의 소비지출 예측을 지수화(기준점 100p)한 것으로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모두 기준점을 웃돌았다.

고령층의 소비 위축은 수명이 증가한 반면 소득은 줄고, 일할 곳도 없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현재 소비심리가 크게 낮았다"며 "최근들어 경기 침체와 노후 불안감 등으로 고령가구의 소비심리는 악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령층 소비가 위축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경고하는 징후 중 하나로 '고령층의 소비 위축'을 지목하기도 했다. 일본도 1980년대 중반 이후 고령층의 소비성향 하락이 10년 이상 지속된 바 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의 소비성향 하락은 저성장을 장기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소비성향 감소는 개인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 위축을 가져와 성장과 소득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소비욕구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고, 단기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해 노후불안을 없애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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