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인사이드



"반드시 이기는 한 해 만들자"던 정용진, 6개월간의 질주

신년사에서 승리하는 1년 각오 다져
6개월 간 공격적 투자 행보로 증명해
야구단 인수, 네이버 동맹으로 시작
패션 플랫폼 인수 이베이코리아까지
"포스트 코로나 승부수 던져" 분석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정 부회장은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이 메시지가 말뿐인 각오가 아니라는 걸 지난 6개월 간 행보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자였던 롯데보다 1조원을 더 써낸 걸 보면 정 부회장이 어떤 생각으로 2021년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야구단 인수

정 부회장은 올해 1월부터 질주했다. 출발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였다. 프로 스포츠 구단 운영이 사업에 도움이 되지도,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깬 시도였다. 그는 야구단 인수 보도가 있고 한 달 뒤인 2월 말 SK와이번스를 공식 인수한 뒤 새 구단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그리고 "본업(유통)과 야구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유통 라이벌이자 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운영하는 롯데를 향해선 "울면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를 영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네이버와 동맹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 이슈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정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Global Investment Officer)와 회동하며 또 한 번 유통업계 화제 중심에 섰다. 마트 부문 국내 1위 업체인 이마트와 e커머스 1위 업체인 네이버가 협력해 쿠팡과 경쟁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리고나서 2개월 뒤인 지난 3월 신세계 그룹과 네이버는 2500억원 규모 지분을 맞교환하며 유통 동맹을 맺었다. 이 동맹 관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이어져 신세계-네이버-이베이코리아로 연결되는 신(新) 유통 공룡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진격

정 부회장의 공격적 협업·인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월엔 SSG닷컴을 통해 265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사들였다. W컨셉은 회원수만 50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업체다. SSG닷컴과 같은 종합 온라인몰의 약점 중 하나가 전문성이 필요한 패션 부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W컨셉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가진 약점을 공격적인 M&A로 빠르게 보완해 경쟁에서 뒤처지는 걸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최고급 호텔 열고 이베이코리아까지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엔 2조100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최고급 호텔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조선팰리스)을 열었다. 그리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4조원 가량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6개월 간 행보를 두고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2021년을 신세계 그룹이 새롭게 태어날 시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로 각종 논란을 낳았고, 앞서 각종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긴 하지만 최근 보여주고 있는 추진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시장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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