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가 최성원 ‘쇼핑 오브제’ 미술로 끌어들인 잡동사니들...

화가 최성원이 서울 종로구 경운동 그림손 갤러리에 자신이 쇼핑한 물건들을 들여놨다. ‘쇼핑 오브제’란 제목으로 현대 사회의 쇼핑 형태를 펼쳐 보인다. 장보기로 사들인 크고 작은 생활용품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설치작업이다.

전시장은 바가지와 인형, 앰프, 장난감 안경 등 다양한 물건들로 들어찼다. 그 가운데 10여대의 청소기가 눈에 띈다.

1990년대 초부터 모은 것들이다. 한 두 번밖에 쓰지 않고 버려둔 청소기도 있다. ‘청소기 모음’이란 제목 옆에는 청소기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다. ‘꽤 괜찮은 청소기’ ‘소위 명품 청소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청소기’ ‘사은품으로 받은 청소기’ ‘물건 사고 마누라한테 처음 칭찬받은 로봇청소기’ 등이다.

‘비싸서 눈팅만 하고 있는 청소기’란 제목 옆에는 청소기 사진으로 대체했다. “80만원짜리여서 구매하지 못했다”며 웃는다. 청소기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조형성이 있고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쇼핑은 그에게 재미다. 생활용품 전문매장에서 좀 예쁘다 싶은 것은 물론 조악하고 별 쓸모없는 것조차 무턱대고 사 모은다. “이것저것 팔리고 싶어 하는 생활용품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좋다.”

인터넷 쇼핑몰도 뒤적거리며 날을 새기도 한다. “에누리닷컴, 다나와닷컴, 와싸다장터 등에서 신품, 중고품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쇼핑을 한다.”

게걸스럽게 사 모은 생활용품들은 작업실에 쌓이면서 고충도 생겼다. “대부분 중국산 공업제품이다 보니 환경호르몬이 장난이 아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녹색 물건에 관심을 두게 됐다. 물론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 녹색 용품을 사게 되는 것은 환경호르몬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라며 “녹색 물건을 걸어놓는다고 환경호르몬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심리적 안정에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벽에 쇼핑한 물건 중 눈에 띄는 것들을 걸어놓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들은 현대인의 탐욕스러운 소유욕망을 직접 혹은 간접 화법으로 제시한다.

“생활용품을 모아놓다 보면 자기들끼리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전시는 3일까지다. 02-733-1045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