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입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교수 채용 과정의 비리로 전 교수가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한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비리 학교'로 낙인이 찍히면서 애꿎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자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예종 김봉렬 총장은 25일 서울 서초동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성진 전 법무장관 등 외부 전문가와 이 학교 교수 등 9명으로 꾸린다. 정 전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이건용 전 한예종 총장, 강준혁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정재숙 중앙일보 논설위원, 홍성태 참여연대집행위 부위원장, 최상호 교학처장, 이승엽 연극원 교수, 전규찬 영상원 교수, 김대진 음악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김 총장은 "위원회에서는 학교의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을 통해 근원적인 쇄신책 마련과 함께 학교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을 위한 학교 발전방안도 제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월2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로 회의를 열며 5월까지 활동한다.
그러나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박종원 전 총장 재임 당시인 2012년 4월에도 소속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가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 비리 온라인 신고센터'를 설치, 선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예종의 입시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에서 보듯, 2년 전 조치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병폐를 뿌리 뽑아야 하는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난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만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도 학교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계획만 밝혔을 뿐, 이 위원회의 역할과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김 총장은 "학교가 모두 비대위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면서 "외부의 눈으로 학교를 봤으면 하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 디테일한 것은 학교와 협력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예대 입시는 예술적인 측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 한예종이 이날 밝혔듯 객관적인 지표로만 뽑으면 잠재력을 지닌 학생보다 학원에서 교육된 학생이 선발될 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한예종이 이날 발표한 쇄신방안은 추상적이다. 김 총장은 "화끈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예술계 교육에 대한 본질은 있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지켜가면서 어떻게 객관적으로 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예종은 이와 함께 심사위원 인력풀을 기존 2배수에서 4배수로 확대하고 심사위원들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개별 심사를 하는 등 교수 심사절차를 시스템화하기로 했다. 운영 중인 클린신고센터의 위상을 강화, 입시 비리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민원도 처리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비리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해당 원(무용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문제를 일으킨 해당 학과는 물론 비위자 개인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엄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김현자 전 한예종 무용원장은 한예종 교수 채용과 관련,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2011년 한예종 교수 지원자 A로부터 채용 과정에 힘을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는 지난해 성희롱 혐의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