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글로벌 에너지社 '전전긍긍'

2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자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서방 기업들과의 관계 재고려를 시사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위원회 회의에서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어떻게 러시아에서 일하는지 생각해 봐야 된다"며 "러시아 경제에서도 핵심인 에너지 등 부문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방의)2번째 제재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인과관계가 없다"며 "아직은 보복 제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필요치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28일 서방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결정한 것에 대해 보복을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미국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인 7명과 러시아 기업 17개의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즈네프트 회장인 이고르 세친이 포함됐다. 또 푸틴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게나디 팀첸코 회장의 볼가그룹도 이름을 올렸다.

유럽연합(EU)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사 15명에게 추가로 제재를 가했으며, 캐나다는 러시아인 9명과 은행 2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일본 정부의 경우, 러시아 정부 관계자 23명의 입국 비자 발급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방과 러시아의 힘겨루기 양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BP나 엑손 등은 이번 제재에 포함된 로즈네프트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제재 대상에 '로즈네프트'가 아닌 세친 회장이 들어갔다지만 문제가 깊어지면 석유 시추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서 공조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로즈네프트는 세계 석유 생산량의 5%, 러시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석유기업으로 러시아 정부가 75.16%, 영국국영석유회사 BP가 19.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깊어질 경우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벨 몰차노프 레이몬즈제임스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는 "세친은 당분간 쇼핑을 하러 파리 방문을 하진 못하겠지만 이는 회사에 제재를 가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추가 제재가 이 같은 가능성을 대두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BP의 경우, 올 1분기에만 32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거대 에너지 회사다. BP는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협업 관계가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 정부에 대한 로비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BP 대변인은 "우리는 로즈네프트에 기꺼이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에서 우리는 성공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에 포함됐지만 유대 관계를 단절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어필한 것이다.

아울러 BP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EU가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 기업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에서는 석유화학기업인 바스프가 로비를 주도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에너지 회사 에니가 유럽은 러시아를 제재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유럽이 쓰는 천연가스의 30%가 러시아 국영회사 가즈프롬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영국 싱크탱크 전문가 단체 채텀하우스는 "이번 미국의 제재는 러시아에 던지는 메시지"라며 "이는 외교와 전쟁 사이에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재의 목적은 에너지 회사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닌 크렘린이 생각을 두 번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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