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문구를 삭제해 시장의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급격한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방문 인하 문구 삭제…사실상 인하 사이클 종료
이 총재는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방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며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은 '왕비둘기'로 평가받는 신성환 위원까지 동결로 선회해 전원일치로 결정되며 매파 색채가 짙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방향문구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포함됐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정책 기조 변화를 공식화했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금리 인하 기대를 밀어냈다. 이 총재를 제외한 명의 위원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현재의 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1명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동결과 인하 의견이 3대 3으로 갈렸다는 점에서 동결 장기화 기조가 뚜렷해졌다.
이 총재는 "동결 다섯 분은 3개월 시기에서도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며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신 한 분은 아직 내수 회복세가 약하기 때문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둘 필요가 있고, 주택가격과 환율 등 변화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부언했다. 그는 "성장률 상방 위험이 조금 증가했지만, 하방 위험이 아직 있고, 환율에 따라 물가에 주는 영향과 미국 통화정책이 앞으로 어떤 경로로 가는 불확실성이 높아 6개월 뒤 방향을 현재 다루기 보다 데이터를 보면서 한번 더 결정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환율로 금리를 잡으려면 25p가 아닌 한번에 200~300bp 올려야 하는데 그려면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면서 "금리를 내리는 국면에서 홀드한 국면으로 가고 필요에 따라 필요하면 올리고,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증명된 방법으로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판단과 관련해서는 업종별 격차가 뚜렷한 'K자형 회복'과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그는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이 성장률을 올리고 있지만, 석유화학 쪽은 어려워서 굉장히 다양한 업종에 따라나뉜다"면서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자체가 1~2년 성장했다가 수요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새로운 경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려면서 지나친 비관론도 경계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 대해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해왔다"면서 "AI와 관련해 자체 산업 능력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빼고 우리나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반도체와 AI 산업을 성장 상향 리스크로, 지정학적 문제를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과잉 유동성, 고환율 야기 비판에 "당황스럽다"
이 총재는 간담회 상당 부분을 외환시장 안정화에 할애하며 현재의 고환율 상황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금리 결정의 주요 판단 근거를 '환율'로 꼽고 현재 수준이 경제 펀더멘털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는 "1480원대 환율은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해외 투자를 환율 불안을 부추기는 수급 쏠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국민연금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해외 물량도 줄여줘서 도움이 됐다"며 "대기업들은 외환을 많이 가지고 와서 문제도 해결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지난 10~11월의 높은 수준과 유사하거나 더 큰 속도로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환율에 대해서는 대외 영향이 크다고도 판단했다. 이 총재는 "여러 시장 안정화 정책을 실시한 결과 연말 환율이 1430원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랐는데 4분의 3 정도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고, 나머지는 우리만의 요인으로 올라갔다"고 풀이했다.
최근 베선트 장관의 원화 약세 발언에 대해서는 "펀더멘탈에 비해 환율이 너무 저평가됐다는 건 누가 봐도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또 "한미 협상 문구에는 MOU에 외환시장에 불안을 주는 정도가 되면 투자하는 액수를 조정할 수 있다"면서 외환시장이 어려우면 한은이 나서 (대외투자가) 못 나가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정부와 한은이 유동성을 풀어 환율과 부동산 가격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박종우 부총재보가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서 적극 해명했다. 이 총재는 "임기 동안 통화량(M2)은 늘지 않았다"며 M2와 GDP를 비교하는 이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박 부총재보는 GDP 대비 M2 비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 금융시장이 은행 중심이기 때문"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팬데믹 이후 통화량과 환율의 상관관계가 희미해졌음을 근거로 들며, 유동성을 최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