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 의원이 최근 발의된 뉴욕주 동해 법안 통과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파문이 예상된다.
뉴욕 한인학부모협회(공동회장 최윤희 라정미)는 25일 ‘동해 병기 법안 추진 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주하원의 동해 병기법안 처리 촉구를 위해 올바니 뉴욕주의사당을 방문했을 때 김태석(미국명 론 김) 의원이 ‘토니 아벨라 주 상원의원을 영웅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하원에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토니 아벨라 의원이 발의한 뉴욕주 동해 병기 법안은 지난달 상원에서 압도적인 표차(59-2)로 통과된데 이어 하원에 발의된 법안도 상원 법안과 같은 내용으로 수정 발의돼 회기 내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하원에서 다수인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본회의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한인사회에서 동해 법안 통과를 위해 범동포추진위원회까지 구성돼 서명 운동을 벌여온 터라 실망감이 더욱 컸다. 이 과정에서 유일한 한인의원인 론 김 의원은 교육위원회 소속이었지만 공동발의조차 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뉴욕 한인학부모협회는 이날 최윤희 공동회장과 심미영 이사장, 유경희 수석부회장, 성금조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임원진이 5차례에 걸쳐 올바니 주의회를 찾아가 80여명의 하원의원들을 만나며 동해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꼭 통과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유일한 한인 의원인 론 김 의원은 두 차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에도 만날 수 없었고 전화와 이메일로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뉴욕 한인학부모협회는 이날 발표한 동해 법안 결과보고서를 통해 “지난 17일 의사당에서 론 김 의원과 우연히 마주쳤는데, ‘왜 한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축구를 안 보고 여기까지 왔냐?’며 한인사회의 대표로 먼길을 마다 않고 방문한 학부모협회의 의도를 조롱했다”고 비난했다.
최 회장은 “축구보다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교육위가 어제 끝나서 이젠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러나 동해 법안은 19일까지 통과 가능성이 있었고, 하원 교육위원장도 18일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며 행운을 빈다는 인사말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올바니에서 그날 자고 19일 아침 일찍 의사당 앞에서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 안내서를 나눠주고 있는데 론 김 의원이 다가오더니 ‘토니 아벨라 의원을 영웅으로 만드는 이 법을 절대로 하원에서 통과시킬수 없다’고 말해 큰 충격을 받았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개탄했다.
한편, 뉴욕 한인언론에 따르면 론 김 의원 사무실의 김영한 보좌관은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김 보좌관은 “축구 이야기는 영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한것 같다”면서 “영웅을 만들어줄 순 없다'는 말은 전혀 한 적이 없고 아벨라 의원이 회기 중 민주당을 떠나 독립민주컨퍼런스로 갔기 때문에 ‘그가 발의안 동해병기 법안은 민주당 하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론 김 의원이 동해 병기 법안을 발의했다면 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해를 사, 법안의 힘이 축소됐을 것”이라며 “김 의원은 오히려 법안 통과를 위해 뒤로 한발 물러서서 다른 의원들에게 법안 추진을 부탁했을뿐 누구보다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최윤희 회장은 “미국에 온 지 30년이 넘었고 뉴욕시 공무원으로 일하는 나를 영어도 못 알아 듣는 사람으로 취급하는거냐?”고 어이없어 하면서 “동해 법안의 통과는 영웅 배출이 아니라, 공립학교에서 바른 역사를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의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법안 통과를 학수고대한 한인 전체의 희망을 저버린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우리 자녀들의 교과서 동해 표기를 본인들의 명예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며 론 김 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동해 법안 통과를 위해 다시 뛸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