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가 다시 이스라엘군의 총공격 목표가 되면서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과 장거리 포격 등으로 피투성이 부상자들과 울부짖는 민간인 가족들이 병원 응급실에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가자시티 최대의 시파 종합병원은 병상 600개 규모이지만 응급실은 병상 11개와 6개의 수술대밖에는 없는 작은 규모인데다 끝없는 폭격과 정전으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시파 병원에서 17년째 주기적으로 방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노르웨이 의사 마스 길버트는 이런 환경에서 의료진들은 모두 머리를 써서 아이디어 백출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말한다.
"큰 수술을 하고 있는 도중에 정전으로 암흑 세계가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수술팀은 일제히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고 화면의 불빛으로 수술을 마저 끝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부상자들은 물밀 듯이 몰려든다. 지난 2주일의 전투로 이미 3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부상을 당했고 그중 중환자들은 거의 시파 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이스라엘군 탱크의 진격으로 일요일인 20일 새벽에도 엄청난 환자가 몰려들었다. 병원 경비원들은 운전자들에게 차를 빼고 응급차가 진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고함을 치며 보도진과 구경꾼들을 밀어내는 일을 맡는다.
응급실 복도도 진료실이 된다. 의무병 한 명이 발을 다친 구급대원이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동안 붕대를 감아주고 있다. 포탄 파편에 다친 꼬마가 실려오자 이 구급대원은 맨땅으로 굴러내려가 매트리스를 꼬마에게 양보한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안고 통곡하는 부부 옆에 오른팔이 끊겨 피투성이가 된 10대 소녀가 실려 들어온다. 이 병원의 일상적 풍경이다.
X레이 검사실 앞에는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피에 젖은 셔츠를 입은 부상자 친척들은 다음 순서가 누구인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인다.
시파 병원에서는 머리가 깨진 중상자조차도 수술실 밖에서 줄을 설 수밖에 없다. 다음에 누구를 치료하느냐를 정하는 것은 의료진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중환자실의 닥터 알람 네이에프는 말하고 있다.
20일 새벽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18명의 대가족이 몰살당한 가자 경찰서장 집의 유일한 생존자인 22세 여성이 머리에 중상을 입고 실려온다. 그 옆에는 주말의 인도주의적 일시 휴전을 틈타 급히 귀가하려는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은 4살 남자 아이가 대기 중이다.
이곳 의료진들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있지만 피투성이 부상자 행렬은 끝없이 밀려온다. 피에 젖지 않게 비닐을 덮은 큰 소파에 잠시 앉아서 쉴 수밖에 없는 의료진들은 해외에서 달려온 자원봉사 의사들과 함께 끝없이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