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돼있던 미국인 케네스 배(Kenneth Bae)씨와 매튜 토드 밀러(Matthew Todd Miller)씨가 지난 8일 석방되는 과정에서 우리정부와 미국간에 막후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이번 미국인 인질 석방과 관련 "북미간 석방 협상 시작은 최근인 것 같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방북시키기로 한 결정은 최근에 이뤄진 듯하다"며 "우리정부는 적절한 시간을 두고 사전 통보를 받았다. 우리측 입장 등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고 밝혔다.
클래퍼 국장이 특사로 선정된 것은 미국 정부 내 정책분야가 아닌 정보분야를 총괄하는 인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번 석방 협상과정에서 우리정부에 "이번 클래퍼 국장의 방북과 억류 미국인 석방은 인도주의적인 사안이며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수차례 설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정책분야를 맡는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가 아닌 정보분야 당국자인 클래퍼 국장을 보냄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번 석방건과 대북정책 연계를 미연에 차단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클래퍼 국장이 특사로 결정되고 실제로 석방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북미간에는 뉴욕 유엔본부 채널을 포함해 다양한 창구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도 미국으로부터 석방 계획 통보를 받은 뒤 외교부와 통일부 간 협의, 청와대 내부 협의 등 정부 입장을 정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 협의도 쉴 틈 없이 이뤄졌다. 주로 외교부와 주한미국대사관 간 협의가 창구로 활용됐지만 중국 베이징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각료회의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현지 미국 당국자 사이에서도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미국정부의 석방 결과 발표에도 우리정부의 입장이 일부 반영됐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특히 신임 주한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 대사에게는 이번 석방건이 첫 데뷔무대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퍼트 대사와 의견을 교환해보니 아주 효율적으로 처리하더라"라며 "회신도 바로 오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석방 시 평양의 상황이 어땠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곧 있을 미국과의 후속 협의에서 관련 사항을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는 클래퍼 국장과 북한당국간 협상 내용, 미국정부의 유감 표명 여부, 미국의 의도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