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는 12일 오후 서울 명동 본점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거취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자리를 떠났다.
금융당국은 KB금융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우회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이들은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KB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최고경영자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사외이사와 이사회 등이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찬우 부위원장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KB사태와 관련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KB금융이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서도 "KB금융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미루고 있다.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에 대한 안건을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우회적으로 사외이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하루 1억여원의 지연이자를 LIG그룹에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승인이 지연될 수록 KB금융은 불필요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사실상 거부한 만큼 KB금융의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첫번째 숙제가 LIG손보 인수 마무리인데 사외이사들의 도움(사퇴)없이는 힘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KB금융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