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인 쿠바와 가톨릭 간 관계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중재로 비밀협상을 벌이던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바티칸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10월 미국과 쿠바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국교 정상화를 위한 현안과 세부사항을 논의할 자리를 주선해줬다고 밝혔다.
가톨릭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종교에 적대적이었던 쿠바 당국과 가톨릭이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1956년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정권을 붕괴시킨 후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뒤 쿠바와 가톨릭 간 관계는 냉각됐다. 당시 반카스트로 민병대가 무기를 성당에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스트로 집권 후 일부 성직자들이 노동수용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의 재산은 몰수됐고 성당 건물들은 빵집, 식당, 학교 또는 정부 시설물로 이용되었다.
가톨릭 신자들은 공산당에 가입할 수 없었으며 공직에 진출하는 것도 금지됐다. 심지어 가톨릭을 믿는다는 이유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으며 종교인들은 항상 당국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1990년대 쿠바 당국이 헌법에서 '무신론 국가' 삭제를 선언하면서 일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1988년 쿠바를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쿠바와 다른 세계와의 장벽을 허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2년 쿠바를 방문한 날이 쿠바에서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쿠바의 공공건물이나 주택가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것을 목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톨릭은 여전히 국영 방송에 접근하거나 종교학교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쿠바 가톨릭 최고위 성직자인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감행한 쿠바 정부의 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카스트로의 경제 및 사회 개혁으로 수만 명의 쿠바인이 중소 민간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됐으며 쿠바인들이 해외로 여행하는 것도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치적인 변화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공산당은 쿠바에서 허락된 유일한 정당으로 일당 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톨릭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쿠바의 가톨릭 신자 수는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아직도 많은 쿠바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하루 쉰다는 인식이 강하며 영적인 요소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호엘 데피코 쿠바 기독교협의회 대표는 "최근 쿠바에서는 개신교와 복음주의 기독교도 국가로부터 종교 시설 건립을 위한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데피코는 "국유지 일부를 종교 시설 건립을 위해 민간에 돌려주는 것도 일어나는 변화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