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스타'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배우 수현(30)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알아보는 연기자가 됐다. 2005년 슈퍼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 전업하고 여섯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수현은 평범한 배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2700억원)가 투입된, 게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어벤져스'에 출연했다.
지난해 초, 그가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한국에 좋은 배우가 많은데, 마블스튜디오는 왜 무명에 가까운 한국 배우를 선택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이런 반응을 수현이 모르지 않았을 터. 그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릿 조핸슨, 크리스 에번스, 마크 러팔로 등 할리우드 특급 스타들과 나란히 영화에 등장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을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본 사람들에게 묻는 말 세 가지. '재밌어?' '한국 어떻게 나와?', 그리고 '한국배우, 걔는 어때?' 여기서 '한국 배우, 걔'가 바로 수현이다. 영화팬은 아직 수현을 저울질 중이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을 놓고, '단역에 가깝다'거나 '비중이 없다'는 말도 있고, 단순히 '한국배우가 나오니까 신기하다'라는 반응이 많다. 수현은 여전히 증명해야 할 게 남아있는 배우다.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편하게 가고 싶어요." 10년, 데뷔 후 10년을 알려지지 않은 배우로 산 수현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저 자신의 길을 간다. 다만, 그의 말처럼 수현은 과거의 시간과는 다르게 앞으로의 배우 생활을 해나갈 생각이다. 누구보다 '화려한 전환기'를 맞은 이 배우는 그래서 "올해 목표는 프리덤(freedom)"이라고 말한다.
"그들(앞서 언급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작업하면서 이 시리즈가 왜 유독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고요. 개성 때문인 것 같아요. 개성은 자유로움에서 나오잖아요. 무슨 맨, 무슨 맨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얼마나 많아요. 그중에서 마블코믹스의 히어로가 인기가 많은 건 배우들이 그 인물을 자유롭게 연기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매력이 넘치죠."
수현은 "'어벤져스'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자유분방함이 부러웠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연기라는 작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깨달았다. 주위 시선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연기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알았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이다 보니까 허공에다 대고 연기할 때가 많아요. 토르 망치 장면도 그렇고, 울트론을 집어 던지고 하는 것들 다 맨손으로 하는 연기거든요. 그런데 그걸 그렇게 믿음직스럽게 하더라고요. 그런 건 모두 생각이 자유로워서인 것 같아요."
수현의 차기작은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마르코 폴로 시즌2'다. 그는 시즌1에도 출연했다. 촬영을 준비 중인 그는 살을 찌우고 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역할에 딱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모델 출신으로 데뷔 후 내내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유지한 그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는 "'어벤져스'를 찍지 않았다면, 이런 도전을 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 키도 크고(177cm), 그러다보니 뼈대도 커요.(웃음) 그러다 보니 여기에 살이 찌고, 근육이 붙으면 어떻게 될지 두렵더라고요. 그런데 '어벤져스' 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 나를 내려놓는 걸 조금은 보고 배웠어요. 주위 시선 의식하지 않고, 제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고 싶어요. '아시아인인데, 영어 잘하네' 같은 평가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수현은 좋아하는 배우로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를 꼽았다. 꼬띠야르는 다르덴 형제 감독과 작업하면서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우디 앨런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최고의 여배우다. 수현은 코티야르를 "프랑스 여자라서 한계가 있는 배우가 아니라 프랑스 여자여서 더 매력적인 배우"라고 했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수현은 배우 생활을 해외에서만 할 생각은 없다. 한 그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