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후원금이 모일 때마다 굉장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 영화를 무조건 잘 만들고 싶었다. 감동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성원이 압박이면서도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한 에너지였다."(김학순 감독)
"두 가지 감사함이 있었다. 하나는 그분들에게 대한 감사함이고, 이 영화를 통해 그 사건을 공유하게 된 감사함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배우 김무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가장 예쁜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연기했다."(배우 진구)
"마찬가지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촬영했다. 이런 마음을 영화 속에 담고자 노력했다."(배우 이현우)
세 배우가 반복해서 감사를 표하고, 김학순 감독이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출연한 영화가 '연평해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을 그리기 때문이다.
2002년 6월29일 한국과 터키의 한·일 월드컵 3, 4위전이 있던 날 오전 10시, 서해 연평도 NLL 부근에서 북한 경비정과 대한민국 참수리 357호가 교전을 벌였다. 30분간 이어진 이 전투에서 아군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그리고 참수리 357호는 침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인들의 희생은 월드컵 열기로 인해 뒤로 밀려났다. 모두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기억하지만, 연평해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영화 '연평해전'은 이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작품이다. 제작 기간만 무려 7년이 걸렸다. 투자에 난항을 겪었고 배급도 쉽지 않았다. 떨어진 제작비는 3차에 걸친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다.
영화는 실제 '연평해전' 중에 전사한 3명의 대한민국 해군 고(故) 윤영하 대위, 고(故) 한상국 하사, 고(故) 박동혁 상병을 중심으로 참수리 357호 대원들의 모습을 그린다. 윤영하 대위는 김무열이, 한상국 하사는 진구가, 박동혁 상병은 이현우가 연기했다.
'연평해전'은 기본적으로 '전쟁영화'다. 아버지를 이어 해군 장교가 된 윤영하 대위, 신혼 생활 중이었던 한상국 하사, 어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박동혁 상병 등 영화는 이들이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있는 인물로 그린 뒤 이들의 처절한 전투를 보여주는 건 전쟁영화의 기본 공식이다. 실제 세 사람의 이야기와도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학순 감독은 이 교전의 처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투 장면의 리얼리즘을 높였다. 그 방법으로 사용한 게 3D 촬영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실제 교전 시간과 똑같은 30분 동안 이어진다.
"이건 실화이니까, 리얼리티가 중요하다고 봤어요. 전투가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의 상황을 철저히 조사했고, 그것대로 촬영했어요. 그렇게하니까 딱 30분이 되더라고요. 3D 촬영은 그들의 아픔과 공포를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툴(tool)'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얼리즘을 살리면서 당시 희생됐던 군인들을 욕보이지 않겠다는 마음은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진구는 "연기했던 인물이 당시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다만 그분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고민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윤영하 대위를 "말 그대로 군인의 모습"으로 이현우는 박동혁 상병을 "따뜻하지만 강인한 인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차 크라우드 펀딩에서 약 1억원, 2차 펀딩에서 2000여 만원, 3차 모금에서 7억원에 가까운 돈을 조달해 만든 영화가 '연평해전'이다. 제작에만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연평해전을 기억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영화 '연평해전'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유가족분들이 새로운 가족이 됐다"는 김학순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게 해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전했다.
'연평해전'은 다음 달 11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