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찰스 왕세자가 정부 부처에 보낸 편지들을 13일(현지시간) 일반에 공개했다.
앞서 영국 대법원은 지난 3월 일간 가디언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찰스 왕세자의 서한을 정부가 정부공개자유법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영국 정부가 공개한 서한들은 찰스 왕세자가 10년 전 토니 블레어 총리(당시)와 7개 부처 장관들에게 보낸 27개로 농업, 환경, 북아일랜드 재개발 등 그 내용이 다양했다. 영국 매체들은 찰스 왕세자의 서한들은 이전에 노출된 그가 작성한 한 서한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필로 쓰인 것으로 드러나 '검은 거미' 서한으로 불렀다.
찰스 왕세자의 서한은 그가 왕위 계승 서열 1위라는 점에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표출됐다.
과거 유전자변형(GMO) 농작물 실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던 찰스 왕세자는 27개 서한에서 오소리 사냥, 영국군의 전투력, 대체 의학 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왕세자는 2004년 9월8일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군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예산 문제로 인해 영국군에 군용기가 배치되는 것이 늦어지는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군이 이라크 등에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는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영국 왕실 대변인은 찰스 왕세자의 서한에 대해 "찰스 왕세자는 국민적인 관심사에 대해 단지 개인적인 의견을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찰스 왕세자는 자신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항소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2012년 찰스 왕세자의 서한들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법무장관은 "찰스 왕세자의 서한은 왕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공개를 거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