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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박스오피스 진단]메르스 영향은 없었다

6월 첫째 주 주말은 최근 7주간 가장 적은 관객이 극장을 찾은 기간이었다. 줄어든 관객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 확산과 관련이 있었을까. 최근 10주 토요일과 일요일 총 관객수로 분석해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가 흥행 동력을 잃자 이번에는 가족 재난 블록버스터 '샌 안드레아스'가 나섰다. '샌 안드레아스'는 개봉 첫 주말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와 '스파이'가 나란히 2,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임수정 주연 '은밀한 유혹'은 개봉 첫 주말 4위에 그치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주말 3일(5~7일) '은밀한 유혹'이 불러 모은 관객은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간신'은 가까스로 100만 관객 고지를 넘었다.

◇ 메르스 때문에 관객이 줄었다?…글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과 9일 극장을 찾은 총 관객은 각각 68만7872명, 53만6920명으로 합계 122만4792명이었다.

4월 4주차 242만8693명, 5월 1주차 221만5301명 2주차 129만2079명 3주차 163만8655명 4주차 196만6049명 5주차 159만9227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난 주말의 총 관객수는 지난 7주간 최저치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메르스의 영향 때문이었다고는 보기가 힘들다. 먼저 4월 4주차는 우리가 매우 잘 기억하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 후 처음 맞은 주말이었다는 것이다. 4월 4주차와 5월 1주차 200만명 이상이 극장을 찾은 건 역시 '어벤져스'의 힘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이후 5월 3, 4, 5주차는 '매드 맥스' 흥행 기간이다. 14일 개봉한 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개봉 후 두 번째 주말에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 주가 바로 5월 4주차다.

'샌 안드레아스'가 6월 1주차부터 '어벤져스'와 '매드 맥스'로부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물려받기는 했지만, 앞선 두 영화만큼의 관객 동원력을 가진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벤져스'만큼 관객의 기대를 받은 영화도 아니고 '매드 맥스'처럼 만장일치에 가까운 뛰어난 오락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지난 7~8일 총관객 122만4792만명은 유의미하게 적은 관객수라고 보기도 힘들다. 4월 2, 3주차 총 관객수는 각각 111만238명, 93만7552명이었다. '어벤져스'가 흥행력을 잃었다고 보기 힘든 5월 2주차 총 관객수도 129만2079명이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메르스는 극장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샌 안드레아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에 이어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가, 이번에는 '샌 안드레아스'(감독 브래드 페이튼)가 차례로 국내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샌 안드레아스'는 5~7일 847개 스크린에서 1만3948회 상영돼 72만4447명이 봤다. 누적관객수는 92만3488명이다.

개봉 전 '샌 안드레아스'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매우 전형적인데다가 부실한 스토리, 매력 없는 캐릭터, 감동이 없는 컴퓨터 그래픽 등이 지적을 받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 '샌 안드레아스'는 '매드 맥스'를 이어 외화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샌 안드레아스'의 100만 관객 돌파는 무난해 보이지만, 이번주부터가 문제다. '쥬라기 월드'가 11일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아 '쥬라기 월드'의 완성도가 어떠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관객의 기대감이 '쥬라기 월드' 쪽으로 더 향해 있다는 것이다.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가로지르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끊어져 진도 9.0이 넘는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진이 로스앤젤레스(LA)와 샌 프란시스코를 덮치자 LA 재난구조대 대장 '레이'(드웨인 존슨)는 딸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 '레이'를 연기했다. 아내 엠마 역은 칼라 구지노가, 딸 블레이크는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헤이즈 박사 역은 폴 지어마티가 맡았다. 

◇임수정의 굴욕…'은밀한 유혹'

임수정은 예전부터 흥행을 담보해주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의 전작인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 460만 관객을 불러 모으기는 했지만, 임수정의 장점은 영화를 고르는 선구안에 있었다. 그는 흥행이 되든 안 되든 평가할 부분이 있는 영화에 출연해왔다.

아마도 '은밀한 유혹'은 임수정이 고른 최악의 영화가 될 게 분명하다. 이론의 여지 없이 이 영화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작품이다. 한 가지만 짚자면, 이 영화는 서사와 캐릭터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해 과연 이 영화가 요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낡아 보인다. 이 정도의 스릴러, 이 정도의 멜로, 이 정도의 연출력으로는 더이상 한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임수정, 이경영, 유연석은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전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떤 매력을 찾기도 힘들다.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의 문제, 연출의 문제다.

영진위에 따르면,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은 주말(5~7일) 394개 스크린에서 5700회 상영돼 7만785명을 끌어 모았다. 누적관객수는 9만5893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은밀한 유혹'은 50만 관객을 넘기기도 힘들어 보인다.

영화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지연'이 카지노그룹 회장의 비서실장 '성열'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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