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중국이 약 25~30%에 달하는 지분율을 확보해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자사가 입수한 AIIB 정관을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57개 창립 회원국이 싱가포르에 회동해 AIIB 정관을 제정했었다.
정관에 따르면 중국은 초기 자본금 1000억 달러 가운데 297억8000만 달러(약 33조3200억원)를 분담해 지분율이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역내 및 역외 국가 간 지분율 조정에 따라 수치는 변동될 수 있지만 중국의 지분율은 25~3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 구조와 회원 자격, 자본금 증자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최소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중국은 거부권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WSJ는 주장했다.
중국 이외 주요 회원국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인도가 두 번째로 많은 83억6000만 달러를 출자하고 러시아는 65억3000만 달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독일이 아시아 이외 지역 국가로서는 가장 많은 44억8000만 달러를 낸다.
한국은 창립회원국 전체로는 5번째인 37억4000만 달러를 출자하며 지분율은 5위에 해당하는 3.5%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 주도의 세계금융질서를 견제하기 위해 AIIB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AIIB에서 거부권까지 거머쥔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입지를 격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AIIB 창립 협정문 서명식은 이달 말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의결권 지분 50% 이상인 10개 회원국이 합의안을 비준하면 AIIB가 공식 운영에 들어가게 되며, 그 시기는 올해 말쯤 될 전망이다.
아울러 AIIB 전체 자본금 가운데 아시아가 750억 달러를 차지해 이 지역 국가들이 강력한 의사결정력을 갖게 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회원국들에게만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 AIIB는 모든 국가에 이를 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