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법 당국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철모자왕은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성역없는 부패 척결 행보를 보여줬다.
11일 중국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은 톈진(天津)시 중급법원이 저우 전 서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저우 전 서기는 상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고 속보로 보도했다.
중국 검찰은 부패 혐의로 작년 12월 사법기관에 넘겨졌던 저우 전 서기를 4월3일 기소했다.
저우 전 서기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는 중국 최고지도부 처벌의 첫 사례로 개혁·개방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중국 공산당 내부 '형불상상위(刑不上常委)' 불문율도 깨졌다.
이날 저녁 국영 중국 중앙(CC)TV 뉴스 프로그램에 저우 전 서기의 재판 장면에서 저우 전 서기는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 불과 수 개월 만에 늙고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누구도 헌법 법률을 뛰어넘을 특권은 없으며 그 누구도 상관없이 '철모자왕(鐵帽子王)'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관련 논평에서 "당 기율과 국법은 모든 당에 보편적으로 구속력이 있다"며 "국가법 앞에서 특수 국민은 있을수 없고, 권력의 대소와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상관없이 '철모자왕'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철모자왕은 중국 청나라때 왕족의 작위로, 황제의 아들이나 황제를 제외한 형제인 친왕(親王)의 아들이 받는다.
친왕보다 한 등급 낮지만 이에 책봉되면 매년 1만 냥의 은과 쌀 500섬을 받는 특권을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어 핵심 특권층의 대명사로 사용돼 왔다.
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사정 당국 사령탑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모두 부패 관료를 지적하면서 철모자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다.
런민르바오는 또 "당 기율과 국법은 모든 당에 보편적으로 구속력이 있다"며 "저우융캉에 대한 처벌은 우리에게 어떤 개인과 조직도 이 두가지 규정을 존중해야 하고, 그 틀 안에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 총서기를 필두로 하는 당 중앙지도부는 당과 국가의 존망과 연관이 된다는 생각으로 강력한 부패 척결을 벌여왔고, 당의 자존감과 위신을 회복시켰다"면서 "청렴한 당풍 건설과 부패와의 전쟁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국민의 지지와 법률적 지지가 있다면 이 어렵고 힘든 전쟁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보시라이(博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재판과 달리 저우융캉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고, 무기징역으로 서둘러 마무리한 것은 시진핑 세력과 반(反)시진핑 세력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보인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 전 서기의 재판 과정은 상대적으로 공개됐고, 그는 법정에서 죄수복에 수갑도 찬 채 재판을 받았다.
종신형 선고도 저우융캉이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예상을 빗겨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