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리스 경제위기의 역설?

그리스가 재정난으로 허우적대고 있지만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스가 좌파 정당 시리자의 집권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고 불안정한 국민투표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AP 통신은 "그리스의 추락에 대한 전망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 지적했다.

◇ 유로화 가치 하락…유럽 국가들 수출엔 호재될 수도

투자자들은 그리스 사태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고, 실제로 그리스의 디폴트 다음날(1일) 전 세계 주식시장은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그리스가 '트로이카' 채권단과의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지만 투자자들은 유럽연합이 잠재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3년 간 구축한 방어에 안심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경제 상황 개선도 그리스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무디스 어낼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 궤도를 이탈하더라도 후유증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위기가)주요 금융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성장에도 중요한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른바 그렉시트(Grexit)라 불리는 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다고 경고하지만, 유럽과 다른 지역의 국가들은 '종말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그리스의 문제가 2009년 말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회복하기 시작, 지금 미국 경제는 해외로부터의 타격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 위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의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MF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0.9%에서 올해 1.5%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유럽의 수출업자들은 물건을 해외에서 판매하는데 큰 혜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지역의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그리스 사태의 충격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ECB는 이미 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유럽 경제를 돕기 위해 600억 유로를 들여 기업 및 정부 채권을 구입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그리스 위기가 악화되면 현금으로 금융시장을 더 많은 채권을 구입하고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다.

또 유럽 당국이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재정난을 겪는 국가들에게 구제금융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것도 걱정을 덜어준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 경제 쇼크?…"관광산업은 끄떡없어"

그리스의 산업도 완전히 가라앉은 것만은 아니다. 관광산업은 아직 건재한 편이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그리스의 극심한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수익성 좋은 관광산업은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지난해 그리스가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327억 달러로 이는 그리스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또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그리스 관광산업은 전체 고용의 9.4% 또는 34만500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데이비드 스코실 세계여행관광협회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그리스로 휴가를 가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어려움은 전혀 없다"며 "그리스는 유럽에서 항상 매우 인기있는 휴가지이고 돈 값어치가 있는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ATM에서 하루 현금 인출 한도를 67달러로 제한하고 있지만, 해외 신용카드나 현금카드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 현지 관광객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아메리칸 항공이나 델타 항공과 같은 메이저 항공사와 크루즈업체들도 그리스로의 항공편이나 노선을 변경하지 않고 위기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 대변인은 "현재 그리스 경제 상황으로 인한 아테네 운항 변경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델타 항공 대변인도 "그리스 상황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항공도 "그리스에 대한 항공편을 계속 운영하겠다"며 경제 위기가 고객에게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암피트리온 홀리데이스' 여행사의 콘스탄티노 게오르기아디스 본부장은 "그리스의 재정 상태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는 몇 통 있지만, 그리스 여행을 예약한 고객 중에 취소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중공업이나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광이 국가 경제의 혈액이나 다름없다. 여름 기간은 특히 경제적 위기로 타격을 받은 그리스 젊은이들에게 아르바이트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다만 국민투표(5일)를 앞두고 그리스 전역에서 산발적인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여행 시 유념할 필요는 있다.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관도 현지 시위에 대해 조심하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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