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국민투표가 결국 '반대'로 결론이 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년 전 유로존 위기가 발생한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의 협상에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완화하거나 기존의 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5일 보도했다.
그러나 두 가지 방안 모두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할 경우 국내적으로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미래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5년 간 유로존에서 유지해온 엄격한 규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그리스가 반발해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 있으며 독일이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혼란에 휩싸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독일이 유로존 내 재정 위기를 겪은 국가들에 긴급 자금 지원을 대가로 인기 없는 긴축정책을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리스가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결정한 것은 독일 정부에 큰 타격이 됐다.
메르켈 총리는 6일 프랑스를 방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5일 밤 전화통화에서 그리스인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7일 유로존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메르켈의 대변인이 전했다.
채권단의 긴축 제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그리스가 '반대'를 선택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제 채권단과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치열한 재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일차적으로 지난달 28일 제시했던 최종안과 유사한 수준의 구제금융안을 그리스 당국에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투표 결과에 고무된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 일부 탕감을 우선 협상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그리스 지원과 관련해 독일 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요인이다. 메르켈 총리는 수 개월 간 진행된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독일의 여론은 강경론으로 흐르고 있다.
독일 의회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퍼주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리스 채무 경감 필요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독일 내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메르켈 총리가 당분간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는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로 결정되면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결국 탈퇴할 것이고 이로 인한 경제 위기가 가중돼 시리자 정부는 무너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