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막말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공화당의 잠룡 중 한 명인 도널드 트럼프와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오프라인 유세장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상에서도 최전선을 지키며 막말을 치고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을 "멍청이(jackass)"라고 맹비난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 대한 모욕을 잠시 중단하고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를 견제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표적은 페리였다.
트럼프는 인스타그램에 페리를 "위선자(hypocrite)!"라고 비난하며 사진 한 장을 내걸었다. 2012년 대선 때 출마했던 페리가 트럼프의 사무실로 찾아가 찍은 기념사진으로 트럼프는 "(페리가)나에게 지지와 돈을 구걸했다"고 폭로했다.
사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쪽은 페리였다. 페리의 보좌진이 2011~2012년 트럼프가 페리를 칭찬하는 트위터 글 몇 개를 리트윗해놓자 하루 만에 트럼프가 반격에 나선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는 "텍사스는 그(페리)를 가질 수 있어 행운", "페리는 멋진 남자(great guy)", "페리는 굿맨(good man), 멋진 가족이자 애국자" 등으로 칭찬일색이었다.
CNN에 따르면 두 사람의 '옥신각신'은 트럼프가 불법 이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와 강간범으로 묘사하자 이를 페리가 문제 삼은 것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의 불화는 트럼프가 지난 주말 공화당 원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전쟁영웅으로 볼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페리를 격노하게 만들었다.
페리는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총대를 메고 "수치스러운(disgraceful)" 발언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이번 주에도 페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흠집을 냈다. 21일 트럼프의 정치적 매력을 트럼프이즘(Trump-ism)이라는 암으로 비유하곤 "선동과 넌센스의 독성 혼합체(a toxic mix of demagoguery and nonsense)"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트럼프도 같은 날 반격했다. 트럼프는 "전 텍사스 주지사(릭 페리)가 국경을 확보하는데 있어 굉장히 끔찍한 일을 했다"며 "그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국경 관리 소홀의 책임을 페리에게 돌린 것이다.
또 페리에 대해 "2012년 대선에서 비참하게 참패한 뒤 더 박식해 보이기 위해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본인 스스로는 안경을 쓰니깐 사람들이 (자신을)영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믿겠지만, 사람들은 안경을 통해 간파할 수 있다"고 맹공격했다.
페리는 트럼프를 향한 신랄한 비판을 22일에도 이어갔다. NBC 방송에 따르면 페리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의 출마는 보수주의의 암이며, 분명히 진단해서 절개하고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특권층에서 태어났다. 베트남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징병 유예를 받았다"며 "트럼프는 무수한 영웅의 죽음으로 자유의 공기로 숨쉬는 것"이라고 재차 일갈했다. 또 트럼프의 종교적 신념 부족을 대통령으로서의 '실격' 사유로 문제 삼았다.
CNN은 거의 모든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문제 삼고 일침을 가했지만,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 유일한 후보가 페리라고 지적했다.
앞서 그레이엄이 트럼프를 '멍청이'로 부른 뒤 트럼프는 그레이엄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자신의 '비밀장부'로 반격한 바 있다.
트럼프는 "바보(idiot) 같은 그레이엄이 나를 멍청이(jackass)로 부른다"고 성토한 뒤 4년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자금 지원을 부탁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레이엄의 휴대전화 번호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