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퇴사를 앞둔 운항 승무원(부기장)이 사내 게시판에 조양호 회장에 대한 직언을 남기자 조 회장이 '합리적 반영'을 약속하는 댓글을 남겼다.
6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부기장 최모씨는 지난 4일 사내 전자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게시물을 올려 비합리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최씨는 "대한항공은 철저히 회장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따라 움직인다"며 "자신의 진급이나 회사생활에 혹여나 문제가 있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상관들은 회장님의 그 한 마디에 열 가지 절차를 만들고, 열 개의 복지를 삭감하며 회장님의 말을 따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회장님의 댓글 하나에 줄줄이 교육에, 징계에…. 사소하게 누리고 있던 복지들이 사라져 가며 직원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은 대한항공을 더 이상 나의 회사, 우리 회사 대한항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 "대한항공이 국민들로부터 받은 모욕과 질타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몫이었다. 그런 직원들에게 사과 한 번 하셨나"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대한한공에는 아첨꾼, 탐관오리만 남았다. 회장님이 직언을 하는 충신, 현자들을 곁에 두었다면 이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6일 오후 직접 댓글을 달아 '합리적인 반영'을 약속했다.
조 회장은 "진심이 느껴지는 제안을 해줘 고맙다"며 "최 부기장의 글 뿐 아니라 소통광장을 통해 올라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들 중 합리적인 제안은 회사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과감히 고쳐 나가고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도 말했다.
조 회장은 "더 이상 대한항공 안에서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겠지만 최 부기장의 의견은 참고하여 반영토록 하겠다"며 "다른 곳에서도 더 많은 업무지식을 습득하고 자기계발에 정진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멋진 기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소통광장은 '땅콩회항' 이후 임직원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수렴해 비합리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하고자 만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