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순환출자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그룹이 수술대에 오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 롯데의 순환출자를 해소해 지주사를 만들고,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신 회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416개에 달하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주사 전환의 발판을 삼기로 결정했다.
다른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롯데만 여전히 총수일가 소유회사가 수백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핵심계열사를 뺏으면 전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취약한 특성이 이번 롯데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의 순환출자고리 459개 중 무려 90.6%에 달한다.
현재 호텔롯데는 순환출자 고리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9.58%를 보유해 신동빈, 신동주에 이어 3대 주주다. 또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손해보험(27.72%), 롯데캐피탈(26.60%), 롯데알미늄(12.99%)의 최대주주다. 호남석유화학의 지분도 13.64%를 보유한 2대주주이다.
이밖에도 롯데제과(3.21%), 롯데칠성음료(보통주5.92%, 우선주 4.83%), 롯데삼강(8.60%), 롯데리아(18.77%), 롯데정보통신(2.9%), 대홍기획(12.76%), 롯데자산개발(7.19%), 롯데카드(1.24%)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에 비해 1개의 출자고리만 감소했다. 롯데DF글로벌이 부산롯데호텔 지분 0.004%를 부산롯데호텔에 매각한 것. 그러나 전체 구조개선과 무관한 지엽말단의 변화일 뿐이다.
다만 신 회장이 밝힌 지배구조 개편의 관건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신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는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2~3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나서겠지만 연구개발과 신규 채용 등 그룹의 주요 활동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며 부담감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계열사 빚 부담을 낮추려면 기업공개(IPO)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롯데호텔의 경우 3월 말 현재 순자산이 9조4700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와 일치한다고 가정하면 30%의 신주만 공모해도 3조원 수준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해 일본 계열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면서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416개에 달하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서 지주사 전환의 발판을 삼겠다"면서 "7조원대 비용이 소요되는 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한다면 지분 구조가 워낙 복잡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분 구조상으로는 정리가 안돼다 보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