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원롯데·원리더(One Lotte·One leader)' 체제를 분명히 했다.
지난 1988년 일본롯데 상사에 입사한 이후 27년만에 한일롯데의 왕좌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일은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그룹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혁안 추진이다.
롯데홀딩스는 17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개선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고 밝혔다. 1호 안건인 사외이사 1명 선임은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참의원)과 후생노동대신 세무관을 지낸 사사키 토모코 테이쿄대 법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당초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으로 알려진 2호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안건도 통과됐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을 보다 향상시키고, 투명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주총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 없이 마무리됐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 롯데이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데다 신 전 부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미 경영 일선에서 지휘봉을 잡은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근면·성실'과 뚝심 있는 경영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롯데의 DNA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나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81년부터 88년 2월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의 런던 지점에서 일하며 국제 금융 감각을 키웠다. 88년 일본롯데 상사 입사에 이어 90년에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하며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체계적인 경영능력을 쌓아왔던 신 회장은 2004년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적극적인 행보를 나선다는 평가를 내렸다.
롯데그룹 매출은 2004년 23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1조원을 달성하며 6년 새 무려 3배로 불었다. 이 기간 인수합병(M&A) 건수는 30여 건을 육박한다. 지난해 실적은 90조원을 돌파했다.
그렇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형인 신 전 부회장 등 반 신동빈 세력 간 갈등을 봉합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그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호텔롯데를 가까운 시일 내에 상장하고 롯데의 거미줄 순환출자 구조를 연말까지 80% 이상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대중들 사이에 확산된 반 롯데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장기적으로 롯데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 롯데 지분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경영권 분쟁에 신 총괄회장이 손실을 떠 안은 해외사업이 숙제로 남아 있다.
신 총괄회장은 중국 투자 및 손실 보고 누락한 것 때문에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최근 4년간 중국 사업에서 1조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중국사업뿐 만 아니다. 롯데그룹이 진출한 중국이외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적자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세운 '2018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에 따라 핵심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해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의 엔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를 주문하고 있다. 롯데는 비전 선포를 전후해 대규모 M&A에 나서는 등 외국에서 다수의 기업을 사들이며 공격 행보를 보였다.
신 회장은 2008년과 2009년 사이 본업인 유통사업에서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Macro(3900억원)를 시작으로 중국 타임스(7300억원), AK면세점(800억원)을 인수했다. 식품사업에서는 네덜란드계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1700억원)과 기린(799억원),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5030억원)를, 금융사업에서는 코스모투자자문(629억원), 교통카드서비스업체인 마이비(670억원) 등을 거머 쥐었다.
2009년 이후에는 1조 이상의 대형 딜을 잇달아 성사 시키며 M&A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1조3000억원을 들여 GS리테일 백화점·마트부분을 인수와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2012년에는 롯데하이마트를 1조2480억원에 사들였다. 올해는 롯데푸드가 네슬레와 합작회사 '롯데네슬레코리아주식회사(LOTTE-Nestle Korea Co., Ltd.)'를 설립하며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업종과 관련된 좋은 M&A가 나왔을 때는 반드시 성사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강조했다.
그는 올해 들어서도 1조원의 통 큰 베팅으로 KT렌탈을 인수하고 렌터카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밖에 하이마트를 비롯해 GS리테일의 백화점·대형마트, 두산 주류 등 굵직굵직한 M&A 전에서 과감한 투자로 모두 계열사로 흡수시켰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내수를 중시했던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달리 해외와 M&A 등에 우선 순위를 두며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