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유서깊은 필라델피아 대교구 찰스 채퍼트 대주교는 1일(현지시간) 최근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의 자녀들이 자동으로 취득하는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최악의 발상"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대주교는 이달 말로 예정되어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준비 중인 교회의 포럼에서 "그것은 대단히 좋지 않은, 나쁜 발상"이라며 자신은 교황 방문 시 바티칸이 후원하는 "필라델피아 가족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교황이 이민들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중요 부분으로 삼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들의 "비인간적" 환경에 대해 비난해 왔으며 국경지대 주민들에게 사람을 편견으로 판단하지 말고 이민자들을 포용하고 차별을 하지 말라는 교지를 내려왔다.
채퍼트는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우리 대통령 후보들 중 최소 한 명은 국가적 이민 논의를 적대적인 공격으로 시작하는 추악한 행태를 보였다"고 논평했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불법으로 살고 있으며 그들의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국경을 따라 높은 장벽을 쌓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1868년의 14차 수정헌법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즉시 시민권을 갖게 되는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려면 전국 주의회의 4분의 3곳에서 상하 양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보수주의자들은 헌법 수정 없이도 불법 이민자의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을 일으켜왔다.
140만명의 신도를 가진 필라델피아 대교구의 채퍼트 대주교는 아무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이민 가족을 감금 수용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이며 불법 이민자 자녀라도 공정하게 시민권을 취득하고 정상으로 살아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