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엘니뇨가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일 수 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1일 경고했다. WMO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은 올해 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연안의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을 가르킨다. 적도부근 태평양의 대기 속도가 느려지거나 반대 방향으로 불 때 발생하며, 이로 인해 광대한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발생하게 된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으로, 12월 말경에 발생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연관시켜 '아기 예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엘니뇨는 1997~1998년, 1972~1973년, 그리고 1982~1983년에 발생했으며, 올해 엘니뇨는 이들 역대 엘니뇨와 함께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WMO는 "올해 동태평양 적도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1950년 이래로 가장 강력했던 엘니뇨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의 맥스 딜레이는 "1997~1998년 엘니뇨때 보다 현재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응 태세가 돼있다"고 말했다.
BBC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 말 발생한 엘니뇨로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심각한 가뭄이, 북미에는 홍수가 발생했다. 올해 엘니뇨로 인한 심각한 영향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낙관할 수 없으며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12월까지 호주와 아시아에서는 건조한 기후가 예상된다. 그러나 어느정도 심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아구스 산토스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기후 변화 연구소 연구원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중국의 수요감소가 예상돼 곡물, 설탕 등의 농산품 가격이 급락했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인한 커피, 코코아, 팜유 등의 농작물 가격 하락은 소폭에 그쳤다.
엘니뇨로 인한 건조한 기후는 이미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중앙 아프리카와 남 아프리카, 그리고 인도는 지난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평년보다 12%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쌀, 설탕, 면화의 주요 생산지다. 브라질 남부에서는 향후 2달간 평년보다 습한 기후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설탕 수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커피 생산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남미에서도 강수량이 평년보다 감소했다.
현재, 태평양 하와이 인근에는 허리케인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허리케인이 적도 부근에 흐르는 무역풍(동풍)의 흐름을 방해해, 동태평양 부근의 기온을 상승시켜 엘니뇨의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그러나 엘니뇨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읽어내기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특히 북반구에서의 관측이 어려운데, 이것은 대서양 제트기류 때문이다. 제트기류란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 존재하는 폭이 좁은 강풍대를 말한다.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엘니뇨와 제트기류가 만나 상호 강화될지, 아니면 소멸될지, 그것도 아니면 연달아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데이비드 칼슨 세계 기후 연구 프로그램의 대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