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난민 문제를 유럽에만 맡겨 두지 말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내전에 깊숙히 개입한 미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외무장관을 역임한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IRC) 위원장은 6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날 미국은 난민 정착 문제에 있어 항상 리더 역할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지난 4년간 미국이 받아들인 난민 숫자는 1500명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밀리밴드 위원장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이 받아들인 난민이 7만명에 달하지만 이중 시리아인은 250명에 그쳤다"고 주장했었다.
캐나다 자유당 당수를 지낸 마이클 이그나티프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 5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난민 위기는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 유럽을 비난하는 것은 변명(알리바이)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비(非)유럽 국가들이 난민 문제를 유럽에만 떠넘기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나다도 지난 8월 받아들인 난민이 1074명에 그쳤고, 호주는 2200명, 브라질은 5월에 2000명을 수용하는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최악은 페트로 국가(산유국)들"이라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통계에 따르면 걸프 지역 국가 및 사우디아라비아는 단 한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 (냉전 시대에) 공산체제로부터 탈출한 베트남과 헝가리 인을 받아들였던 국제사회가 왜 시리아 인들에게는 그같은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면서 미국과 캐나다가 최소 2만 5000명의 시리아 난민들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6일 "미국에는 난민 수용 쿼터가 없지만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미 1만6300명 수용을 제안했고 앞으로도 계속 제안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난민 문제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핫이슈가 될 예정이다. 공화당 예비경선 지지율 1위인 도널드 트럼프를 중동 지역 난민은 물론 멕시코 불법이주민 문제에 초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의 또다른 경선후보인 칼리 피오리나는 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없이 가슴아픈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난민 수용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편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아무리 난민들의 상황이 급하더라도 미국의 안보가 우선이다”라며 “다만 더 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