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강행 통과시킨 안보 관련 법안이 오히려 아베 총리의 숙원인 '개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주장과 반대로 개헌 촉매제 구실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헌법9조' 일명 '평화헌법'에 의해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안보법안 통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그 과정은 이랬다.
아베 내각은 당초 전쟁 및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싶었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참의원 의석수는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개헌 가능성이 희박하자 아베 내각은 '해석개헌'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아베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공격 당하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 동안 일본은 헌법9조에 의해서 상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수방위 국가였다. 그 후 아베 내각의 주도 면밀한 준비 하에 지난 19일 안보법안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베 내각은 해석개헌을 통해 '전쟁 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 함에 따라 '개헌'이라는 최종적인 목표에 성큼 다가선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일본 국내 보수파들의 심경은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안보법안의 성립이 '개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23일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안보법안이 날치기 통과되기 직전인 18일 밤,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인 학자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평화 안전 법제의 조기 성립을 요구하는 국민 포럼'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앞으로도 국민의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만 밝혔으며,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선 느낌을 주었다.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보수 지식인 중 한 사람인 이토 겐이치(伊藤憲一) 아오야마가쿠잉(青山学院)대학 국제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의 개헌 논의에 대해 "매우 섬세하다. 가속화 될 가능성도 있고 해석 변경으로 일단락 됐으니까 논란이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집단적, 개별적을 불문하고 (헌법 9조로) 자위권은 원래 인정 받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해석 개헌에 반대해 온 것이다.
그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을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의원에서 연립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는 생각과 함께 안보 법안의 논의를 통해서 "의외로 개헌을 지향하는 국민 정서가 형성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보법안 강행 통과로 악화된 여론과 야당의 반발이 강해져,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변수가 될까 여당은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헌 논의도 주춤한 태세라고 홋카이도(北海道)신문은 23일 보도했다.
그래도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1일 인터넷 프로그램에서 "자민당 창당 이후의 숙원인 헌법 개정에는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재선돼 2018년 9월까지 3년간의 임기의 발판을 마련한 총리에 대해 관저 관계자는 "총리는 반드시 총재 임기 중 개헌에 손댈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0일 산케이(産經)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개헌에 관해 "새로운 헌법의 존재 방식에 관해 국민 가운데 더 넓고 깊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하겠다"며 개헌에 대한 포부를 밝히지 않고 한발자국 물러선 느낌을 주었다. 안보법안이 개헌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힘을 쏟는 데는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영향이 크다. 기시 전 총리도 자주 헌법 개정을 언급했다. 그는 1960년 미일안보조약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정한 후 하차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의욕을 나타내는 것도 이루지 못한 외조부의 꿈을 실현시키기 때문이라고 홋카이도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안보법안 통과가 개헌론을 가속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해외에서의 무력 행사를 상정하지 않아 군인을 재판하는 군사 법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쿠슈(学習院)대학 아오이 나츠미호(青井未帆) 헌법학 교수는 "앞으로 자위대가 파견지에서 사람을 죽이는 사례가 나오면 자위대를 군으로 인정하고 군사 법정을 설치할 필요성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군사 법정은 헌법 개정없이는 설치할 수 없으며 그것은 군대 창설에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