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한·러 수교 25주년,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러는 1990년 9월30일 수교를 맺은 이래 현재까지 수출은 86배, 수입은 209배, 수·출입을 합한 전체 무역액은 134배 증가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러시아는 한국의 12위 수출국, 11위 수입국으로 올라서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다.
수출은 수교 초기 의류·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품목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 유·무선통신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지난해 자동차 및 부품 등으로 수출품목이 고도화했다.
이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출비중이나 상대국 시장점유율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등 질적 성장은 미흡했다.
러시아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06년 4.7%(5위)를 기록한 뒤 감소, 지난해 3.1%(9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이 2000년 3.1%에서 지난해 17.7%로 증가하며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러시아 투자는 전체 해외투자의 0.4%에 불과한 22억4000달러, 러시아의 한국 투자는 이보다 적은 1억9000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의 러시아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41.6%로 절반 가까이 됐지만, 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수출 확대에 한계를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는 양국 관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수출 증대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저유가 및 서방국가 제재로 침체를 겪고 있으나 경제 회복 때를 대비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권역별·소득별로 차별화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유럽·러시아 지역은 러시아 인구의 82%가 밀집해 있고, 월평균 임금의 100% 가까이를 소비하는 소비 시장이므로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구는 적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극동 러시아의 경우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맞물려 인프라 건설 및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분야의 새로운 협력과 인적 교류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의료관광객 수요에 맞춘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러시아에 한국형 진단센터를 건립해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 동반 진출, 의료진 연수 등 인적 교류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유학생 교류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친한파(親韓波)를 육성하기 위한 유학-생활-취업 통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통상환경을 개선하고 무역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러 양국은 수교 25주년을 맞아 수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FTA를 조속히 체결해 중앙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