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진행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미국에서 실시되는 '원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규모 세일이 이어진다. 가전제품,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정상가에서 최대 80% 할인해 판매한다. 이 기간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특히 월마트,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 많은 유통업체가 참여한다. 여기에 제조사들은 재고 상품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는 백화점(71개 점포), 대형마트(398개), 편의점(2만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개 점포가 참여한다. 규모면에서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참여하는 업체가 많다.
문제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제조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 LG 등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일부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할인 폭은 20~30%에 불과하다.
낮은 할인율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전자제품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품목에서 제외한 상태다.
유통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낮은 단가로 물건을 넘겨받지 않는 한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대형 할인행사를 할 때 판매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은 전자제품"이라며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서는 삼성, LG 등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 군이 세일 품목으로 잡혀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할 때 TV, 에어컨, 가구 등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의 할인율이 중요하다"며 "제조업체에서 인하된 가격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데 유통업체가 무슨 수로 더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화장품 업계도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 동참하지 않는다.
블랙프라이데이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참여업체 리스트에는 잇츠스킨과 더페이스샵 단 두 곳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그나마도 일부 제품에 한해 50%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특정 제품을 구매할 때 1+1 프로모션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바닐라코 등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은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동참하지 않는다.
대형 마트도 마찬가지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물건을 3만여개라고 가정하자. 이번 행사에서 마트들이 할인 품목으로 내놓은 물건은 100여가지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3만여개가 넘는 제품 중 100여개 제품을 싸게 팔면 소비자들이 미국에서 실시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처럼 느낄지 의문"이라며 "유통업체에서 미끼 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어떨까. 국내 편의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 동참을 선언했지만 이들은 1+1 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특히 편의점에서 그동안 1+1 행사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별반 다를 바 없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된 정부와의 논의가 9월 초에 실시됐다"며 "백화점 세일 기간은 이미 올해 초에 정해져 있었고 당시 유명 명품 브랜드는 참여하지 않기로 계획됐다. 강제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실시되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지난달 14일 임시공휴일 이후 본격화된 소비 회복세가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