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對)시리아 무력 간섭이 육·해·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첫 공습을 개시한 러시아는 지상군 파병을 배제한 채 공군의 공습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의 지상 작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리아 공습 일주일만에 공군 대신 해군의 군함을 동원해 장거리 미사일로 원거리 타격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내전 때처럼 러시아가 '지원병(volunteer)'의 형태로 시리아에 지상군을 보내 내전에 더 깊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육·해·공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시리아 서부 홈스에 대한 첫 공습을 시작으로 중부 하마, 서북부 이들리브, 북부 알레포 등에 대해 공군 전투기를 동원해 폭격했다.
공습에는 주로 수호이(Su)-30 전투기, 수호이(Su)-25 지상공격기, 수호이(Su)-24 폭격기, 수호이(Su)-34 전술폭격기, Ka-52 공격 헬기 등이 동원됐다.
러시아는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배치한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매일 20~30차례 안팎씩 출격시키며 10여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했다. 지금까지 일주일 간 112차례 출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신속하고 집중적인 공습이 가능한 건 탄약과 보급물자를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 타르투스항 해군기지에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타르투스 해군 기지는 구소련 시절 군함, 전투기를 이용한 신속한 작전 전개를 위해 설치된 곳으로 러시아의 유일한 해외 군사기지이다.
공습 개시 후 일주일 동안 공군 위주의 군사작전을 펼치던 러시아는 7일 처음으로 해군을 동원했다. 기존까지 후방에서 공습을 지원하는데 비중을 둔 것에서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카스피해의 군함 4척에서 약 1500㎞ 떨어진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시설 11곳에 대해 크루즈 미사일 26기를 발사했다.
크루즈 미사일은 이라크와 이란을 가로질러 모든 목표물을 파괴했으며 민간인 지역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주장했다.
러시아는 기존 공군의 공습과 더불어 해군의 장거리 미사일까지 동원해 IS 및 반군에 대한 압박 강도를 차츰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지상군도 시리아에 출현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렘린궁은 공식적으로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안팎에서는 자원병을 모집해 시리아에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에도 정규군이 아니라 지원병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반(反)정부군을 도와 전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분쟁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실질적으로는 지상군이 작전에 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터키의 영공을 두 번 침범한 것뿐 아니라 시리아에 지상군을 배치하고 있다"며 "전투기와 대공방어시스템 뿐만 아니라 지상군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다수의 해군 병력과 장비를 시리아 해안 가까이 배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의회 국방위원회의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위원장도 "러시아의 자원병 집단이 전투 참가자로서 시리아 군대의 대열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에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육·해·공으로 확대된다면 국제사회의 의심이나 반발을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가의 최근 일주일 간 공습은 일부 IS 거점을 폭격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표적은 라타키아, 하마 등 반군 단체가 밀집된 지역으로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IS 지휘본부와 훈련소, 탄약고, 탱크, 전투차량, 무기, 경비소, 진지와 차량, 창고 등을 명중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을 노린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가 육·해·공을 동원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시리아 분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