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근로자들의 절규가 22일 오전 출근길에도 이어졌다. 이 업체 대표는 1억원이 넘는 근로자들의 급여를 체불하고 지난 7월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았다.
길거리로 내몰린 근로자들은 그동안 줄기찬 투쟁으로 밀린 임금의 50%를 받았으나, 나머지는 언제 받을지 몰라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최근 대불산단에서는 '일감은 있으나 일감 받기가 무섭다'는 말이 무성하다. 하청에 재하청을 받는 그들로서는 납품단가를 대폭 낮춘 '후려치기' 발주에 수주를 해도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아 고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조선업의 장기 불황으로 전남 영암 대불산단이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체임에 시달리고, 경영난을 겪는 업체 대표는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금속노조 전남서남지회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한 하청업체 대표가 야반도주했다"면서 "올 들어 5~6명이 도망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에 조성된 대불산단은 입주기업 10곳 중 8곳이 조선업종이다. 지난 7월말 현재 대불산단 가동업체 302곳 중 236곳이 조선업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 곳은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이 위탁경영하던 한라중공업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면서 조선기자재 집적단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조선경기가 급락하자 직격탄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인력과 수출실적 등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만2919명이던 고용인력은 지난 6월말 현재 1만1451명으로 줄었으며, 12억3480만달러의 수출실적도 4억3100만 달러로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7곳은 휴·폐업, 17곳 건설 중이다. 1곳은 착공을 연기했다.
목포항의 물동량도 조선업의 장기불황으로 선박건조에 필요한 기계류와 철재 등이 큰 폭으로 줄면서 감소하고 있다.
목포해수청이 발표한 올해 8월말 기준 목포항 해상물동량은 1360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8.1% 감소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관계자는 "대불산단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상태에서 현재 작업하고 있는 물량 또한 3~4년전 저가수주한 것으로, 지금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감은 있지만 똑같이 일해도 돈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유가마저 급락하면서 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가 절반으로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불산단 입주 업체들의 생산물량 의존도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동남권 조선사가 절반이 넘고 있다.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과 대한조선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남권 조선사에 의존도가 심한 대불산단의 특성상 발주 감소는 업체들에게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남 서남권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도 올 해에는 다소 진전되고 있으나 최고 정점이던 지난 2007년 75억 달러 수주량에 비해선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경쟁력 있는 분야를 통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31억 달러를 수주한데 이어 올해 9월말 현재 30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치 38억 달러의 79%를 달성했다.
다만 2012년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이 하청업체에 옮겨가면서 중소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불산단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성금을 20~50%까지 삭감해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업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며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도 현재 건조 중인 해양설비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연된 공정 만회가 시급하지만 여건은 녹록치 않다.
선박 건조를 발주한 외국선사들이 작업을 마친 선박의 인수를 미루고 잦은 트집으로 공정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가 발주한 6200억원대 반잠수식 시추선의 계약을 취소하는 등 악재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협력업체와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차원의 협력회사 협의회 최고경영자 워크숍을 가졌다. 또 사내협력사들이 조찬모임을 갖고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어려운 경영현황을 협력사에 설명하는 등 소통을 통해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