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 중국에서 간첩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진 4명의 일본인에 대한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 4명은 개인 사업 등으로 중국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해 왔으나, 그 중 일부는 과거 일본 정보기관과의 관련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배후 관계가 구속을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이 일본 정보기관의 의뢰에 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측은 이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에서 이들을 면담하는 것에도 애를 먹고 있다. 그것은 본인과의 면담이 중국 당국자들의 입회 하에 열리기 때문이다. 일본 대사관과 총영사관은 "중국 당국자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물어보는 내용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중일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잇따른 일본인의 구속은 모두 간첩 행위를 단속하는 중국의 국가 안전부가 단행한 것이다. "국가 안전부 내에서 단속 강화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 소식통은 밝혔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으로 일본인이 경찰에 구속되는 예는 드물지 않지만 비슷한 시기에 4명이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인 사태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민주화 운동에 의해 정권이 무너진 "아랍의 봄" 등의 배후에 구미 세력이 관련됐다고 분석해, 외국 공관 및 해외 매체, NGO등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이 사건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은 중국 형법에서 간첩죄는 경미한 경우를 제외하고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부과되며, "국가와 인민에게 위해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사형될 수 도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기밀에 관한 재판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일본 당국은 이 사건 해결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간첩행위로 구속된 일본인 4명은 누구? … 전원 중국에서 독자적 활동, 일부는 日정보기관과 관련
지난 5월 중국 저장(浙江)성에서 구속된 일본 아이치(愛知)현 출신의 남성(51)은 중국 군사 시설 주변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 간첩 행위로 간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대학 졸업 후 현지 부동산 중개회사 영업직에서 근무해왔다. 30대에 창업을 해 보험업과 경비업 등 10개가 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에는 중국으로 장사를 확장했다. "그는 베이징(北京)의 명문 대학과 협력해 일본 기업에 중국 기술자를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회사를 설립하고 싶다"며 지인에게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쇼크 등으로 사업이 실패한 후 그의 근황을 알고 있는 지인은 별로 없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에 있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지난 5월 구속된 사람은 가나가와(神奈川)현 출신의 남성(55)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일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와 함께 1960년대 북송 사업으로 북한으로 갔다. 식량 부족이 심각했던 1990년대 후반 탈북해, 3년 동안 중국에 숨어 지내다 2001년에 일본에서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일본에 건너온 초기 빠찡코 경품 교환소에서 일했다. 그 후 "중국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며 광저우(広州)에서 한국 음식점을 경영하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오가는 사람과 접촉하고 정보를 수집하거나, 탈북자 관련해서 방송사와 취재하기도 했다.
여러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저장성의 군사 시설 근처에서 구속된 남성과 랴오닝성에서 구속된 남성은 일본 정보 기관이 이전에 정보 수집 등의 목적으로 접촉했다.
6월에는 도쿄(東京) 도내의 일본어 학교 간부인 50대 여성이 상하이에서 소식이 끊었다. 그는 중국 출신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해, 중국에서 일본인 유학생을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의 도와주던 일을 하던 그가 왜 붙잡혔는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도 지난 6월 홋카이도(北海道) 출신의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대형 항공 회사에 다니던 그는 조합활동이나 선거 지원을 통해 국회 의원들과 접촉해왔다. 중국에 인맥을 쌓고 퇴직 후에는 기업 고문 역으로 한약 수입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 등으로 월 1~2번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많은 기업들이 그의 인맥에 의지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 출국 전 지인에게 "중국에 1주일 정도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출국했다. 귀국 예정일 전 "귀국이 2~3일 늦어질 것"이라는 전화가 그와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구속된 남녀의 경우 일본 정부는 이들의 이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거주 감시'로 불리는 조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형사 구류나 체포 전에 있는 중국 특유의 조치로 호텔 등에서 연금된 상태에 조사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