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CEO 줄줄이 임기 만료

CEO와 CFO 100명 내년 5월 이전에 임기 끝나

올해 12월부터 내년 5월 사이에 임기가 끝나는 국내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급 사내이사가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 9명, 포스코 8명 등의 순이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중 2016년 6월 이전에 공식 임기 만료되는 사내이사(CXO)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100명의 사내이사가 줄줄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 내년 6월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100명의 대기업 임원 평균 나이는 58.4세였다. 55~59세가 4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60~64세가 26명, 70대 2명을 포함해 65세 이상은 10명이었다.

50~54세는 11명이었고, 40대도 4명이나 포함됐다. 1958년생은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고령 등기임원은 1942년생 대성산업 정광우 사장, 최연소는 1972년생 현대상선 김명철 상무로 확인됐다. 

가장 주목을 끄는 임원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이끄는 경영진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윤부근(62) 사장, 이상훈(60) 사장, 신종균(59) 사장이 공식적으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4명 중 권오현 부회장만 2018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의 2016년 임원 인사 판도는 임기 만료를 앞둔 등기 사내이사 세 명의 거취 결정에 따라 일반 미등기 임원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종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변화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등기임원 세 명 모두 동시 물러날 경우다. 이럴 경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급진적 변화'에 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이는 미등기 임원들도 큰 폭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의미가 깔렸다.

두 번째로 1~2명만 교체되는 경우다. 이는 '단계적 변화'를 추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의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세 번째는 세 명 모두 지금과 같이 잔류시키는 방안으로 다소 '안정적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등기 사내이사를 모두 교체하느냐, 한 두 명만 바꾸느냐, 전원 잔류 시키느냐 하는 이른바 '삼일영(3·1·0)' 결정에 따라 변화의 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동훈(56) 부사장, 삼성SDI의 김영식(57) 부사장, 에스원의 임석우(54) 부사장도 내년 주주총회 이전에 거취가 결정 난다. 또 최근 롯데 측에 인수가 결정된 삼성정밀화학의 이희인(57) 부사장도 내년 3월이 임기다.

현대자동차 그룹에서는 현대자동차 김충호(64) 사장과 기아자동차 박한우(57) 사장이 내년 3월에 등기임원 임기가 종료된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서는 현대모비스 정명철(62) 사장, 현대제철 우유철(58) 부회장, 현대글로비스 김형호(57) 부사장 등이 대상자다.

LG그룹 계열사 중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숫자는 3명에 불과하다. 10년 넘게 CEO를 지낸 LG생활건강 차석용(62)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유통 분야에서도 롯데쇼핑 이인원(68) 부회장과 이원준(59) 사장이 내년 3월 임기를 앞두고 있다. 신세계 장재영(55) 대표이사와 김해성(57) 경영전략실장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에서는 김영태(61) 사장과 이동호(59) 사장도 인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는 GS건설의 임병용(53) 사장, 두산건설의 양희선(61) 사장, 롯데건설(60)의 김치현 사장, 현대산업개발의 김재식(64) 사장 등이 임기를 앞두고 있다.

조선·중공업 분야에서는 내년 70세를 앞둔 현대중공업 최길선(69) 회장과 권오갑(64) 사장도 임기 만료를 맞는다. 현대중공업 계열사 중 한 곳인 에너지 분야에서는 현대오일뱅크 문종박(58) 사장의 거취도 내년 3월 결정된다.

내년 임원 인사에서 풍랑이 예상되는 그룹은 롯데다. 매출 1조원 이상 되는 기업에서 내년 주주총회 이전에 공식 임기가 끝나는 임원만 10명으로 가장 많다.

앞서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3명 이외에 호텔롯데의 송용덕(60) 사장과 이홍균(60) 사장도 내년 주총 이전에 연임 또는 퇴진 여부가 결정된다. 

롯데푸드 이영호(57) 사장, 롯데케미칼 안주석(60) 본부장, 롯데칠성음료 이영구(53) 상무, 롯데제과 김용수(57) 부사장·신항범(55) 전무도 상황은 같다.

특히 일부 계열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의 등기임원 임기도 내년 주총 이전에 공식 만료된다.

통상적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오너 경영자들의 등기임원 연임은 주주총회에서 자연스럽게 통과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최근 형제의 난으로 첨예한 대치 국면에 있는 롯데의 경우 예측하기 어렵다.

오일선 소장은 "최악에는 등기임원 선임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측과 신동주 전 부회장 측 간 치열한 표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두 형제가 서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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