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성이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 직전 224명을 태운 러시아 항공사 여객기 주변에 열을 감지했다고 2명의 미국 정부관계자들이 3일(현지시간) 밝히면서, 과연 이 '열'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익명의 정부관계자는 이날 이 위성사진에서 열이 감지되기는 했지만, 미사일 발사로 인한 열이나 엔진 화재로 인한 열이 감지되지는 않아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위성에서 감지된 열로 인한 적외선 움직임은 기내 설치된 폭탄의 폭발, 엔진의 오작동으로 인한 폭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항공전문가 폴 비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성이 감지한 열은 여객기의 치명적 폭발이나 파손이 있었다는 증거지만, 사고원인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내에 폭탄이 있었는지 기내에 누군가 총을 난사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엔진이 오작동하거나 파손될 경우 엔진 내에 이를 억제하도록 설계됐어도 엔진이 폭발하거나 연료 탱크가 폭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항공전문가들은 앞서 사고 여객기가 지난 2001년 착륙할 때 꼬리부분이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기내의 폭탄이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추락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에 폭발로 인한 흔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CNN은 시나이 반도 추락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수습된 시신들에게 폭발로 인한 화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3일 보도했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샤름 엘 셰이크 공항에서 이룩한 뒤 시나이 반도 상공을 고고도에서 비행하다 공중 분해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고 시나이 북부에서 민항기나 전투기를 격추한 무장단체도 없다.
한편 국제항공합동조사단은 이날 블랙박스 분석 작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호삼 카말 이집트 민항장관은 이집트, 러시아, 프랑스, 독일의 항공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조사위원회가 이날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4일부터 추락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에 대한 분석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동조사위는 조사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전문가를 갖췄지만,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도 이날 TV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이미 비행기록과 조종사 음성기록에 대한 예비 조사를 했고, 이집트의 비행제어 레이더의 정보도 봤다고 밝혔으나 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