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이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해 중동 지역 공항을 이용하는 비용과 대기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먼드 장관은 이날 영국 공영방송 BBC의 앤드류 마 쇼에 출연해 "샤름 엘 셰이크 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가 기내 폭발물이 터져 추락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극단 무장조직의 공격 위험이 높은 공항은 모두 보안 점검을 해야 하고, 그 비용이 공항 이용객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영국에서도 기내에 폭발할 수 있는 물건을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다"며 "그러나 공항 보안이 공항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25년 넘도록 아무도 비행기에 폭발물을 들여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공항 보안 점검의 기준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 보안이 최상의 수준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도 위협 정도가 세진다면 더 높은 수준의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하고,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이용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을 때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먼드 장관의 발언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공항과 여행객들에게 잠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또한 해먼드 장관은 이날 샤름 엘 셰이크 공항에 남아있는 영국인 관광객들을 2~3일 이내에 모두 자국으로 데려온다고 밝혔다. 샤름 엘 셰이크 공항으로 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한 영국은 이집트에 여객기를 보내 영국인 관광객들을 자국으로 수송하고 있다. 8일까지 모두 5000여명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공항을 출발해 러시아를 향하던 코갈림아비아(메트로제트) 항공사 여객기가 이륙 23분만에 추락해 224명이 숨졌다.
영국과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번 러시아 여객기 추락 원인이 기내 폭발이라고 거의 확신하는 반면 러시아와 이집트는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섣부른 추측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 항공전문가들은 최근 프랑스2 방송에 "블랙박스 분석 결과 비행 도중 폭발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며 "사고 여객기가 이륙하고 23분 동안은 괜찮았으나,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조종사들 간 대화가 들리지 않아 폭탄이 기내에 설치됐다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당국은 추락 여객기 직원들과 접촉한 직원을 포함해 이 공항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하며 기내 폭발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