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칼부림은 칼부림을 낳고, 용의자는 점점 더 어려지고'…이·팔 분쟁 사이클

팔레스타인 어린이 알리 알쾀(12)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뒤 사촌 형 무아위야 알쾀(14)과 함께 여느 때처럼 등굣길에 나섰다. 

그러나 이 둘은 수업을 빠지기로 결정했다. 학교 대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슈아팟 난민촌 인근 경전철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무아위야는 이곳에서 이스라엘 보안군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알리는 무아위야와 함께 보안군을 공격한 직후 총에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알리의 생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와 무아위야의 친척들은 사건 전날 이 둘이 짧은 영상 하나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대인을 흉기로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팔레스타인 소년 아흐메드 마나스라(13)의 심문 과정에서 나온 영상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텔레비전 방송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는 이 영상에는 마나스라를 심문한 이스라엘 조사관이 고성을 지르면서 질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마나스라는 분노에 차 울면서 머리를 쿵쿵 박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알리와 무아위야의 행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폭력사태의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인이 흉기로 이스라엘인을 찌르면 이스라엘인이 즉시 반격을 가하고, 이 장면이 비디오 영상으로 퍼지면서 비슷한 범죄가 잇따르는 양상이다.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인근 도시에서 최근 몇 주 간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공격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양측의 감정을 격화시키고 있다. 12세인 알리가 최근 폭력 사태를 일으킨 팔레스타인 청소년들 중 가장 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와 무아위야의 삼촌인 아부 니머 알쾀은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밖으로 나가서 보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이스라엘 당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보안당국이 마나스라 심문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고의적으로 유출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알리와 무아위야가 본 영상도 마나스라가 살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서기 바로 전날 밤 공개됐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마나스라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겁을 주고 폭력 행위를 단념케 하려고 이스라엘 측에서 고의로 영상을 유출했다고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이 영상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만 부채질한 셈이 됐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 경찰과 보안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현장에서 바로 사살하는 것은 적법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는 격이라고 반발한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사람을 흉기로 찌르지도 않았는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건 영상에 이스라엘 당국이 흉기를 합성한 뒤 유포한다는 것이다.

슈라팟 난민촌에 모인 알리의 일가친척들도 비슷한 의심을 내비쳤다. 알리의 친척인 셰이크 압둘라 알쾀은 "알리는 무죄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전에 이스라엘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진 것 같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장하게 하고 죄없이 죽어나가도록 부추기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 정부다. 알리가 죽고 무아위야가 체포된 데 대한 모든 책임은 이스라엘 정부와 보안군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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