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국경 폐쇄를 선언한 가운데, 실제로는 프랑스 정부가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프랑스의 국경 폐쇄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의 국경을 없애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발효한 이후 극단적인 조치라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에 수십년 동안 체계화된 국경 검문소가 없었던 만큼 실제로는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프랑스는 이웃 국가인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수백개의 도로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번 테러를 일으킨 벨기에 출신 핵심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이 사건 이후 벨기에로 다시 도망친 것 자체가 프랑스의 국경 통제가 허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14일 오전에는 영국에서 유로터널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로 들어왔다. 올랑드 대통령이 국경폐쇄를 선언한 뒤였지만 여권 검사와 같은 출입국 심사는 없었다. 외국을 오고가는 철도와 항공편도 중단하지 않았다.
국경 통제를 진작에 강화했다면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까지 유럽은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많은 난민들을 수용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많은 난민들이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며 가명을 대거나 출신국을 속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테러범들이 난민 행렬에 끼어 유럽에 손쉽게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프랑스가 국경에서의 검문을 실제로 강화하지 않는 것은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파리의 시사만평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테러범들은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에도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지 않아 핵심 용의자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경을 통제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경 폐쇄에 의지가 없는 이유는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이 유럽통합의 주요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솅겐조약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솅겐조약으로 26개 국가 4억여 명의 사람들이 유럽 대륙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돼 EU 회원국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다른 이유는 프랑스 국경의 기반시설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국경없는 유럽'이 되기 이전에는 국경을 넘는 기차와 차량, 비행기의 모든 탑승객들을 상대로 여권을 검사했다. 종종 탑승객들의 개인 물품이나 짐가방을 수색하기도 했다.
이 검문 절차는 수년 전 중단됐다. 시스템을 재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도 현재 뚜렷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솅겐조약이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최근 몇 달 동안 유럽 내부에서 국경폐쇄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자국으로 들어오려는 난민 숫자가 급증하자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히고 주요 고속도로를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넘어오는 차량 검문을 시작했다. 이 같은 국경 폐쇄는 일시적으로 이뤄졌지만 솅겐조약을 맺은 또 다른 지역에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