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생화학무기 테러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IS가 실제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춘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군사연구 싱크탱크 '전쟁학술기구(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중동 전문가 패트릭 마틴은 IS가 서방에 위협이 될 만한 화학무기 사용 능력을 보유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마틴은 19일(현지시간) NBC뉴스에 "IS가 화학무기 사용을 추구해 왔다는 것은 알지만 겨자 가스나 유독물질인 염소뿐이었다"며 이들 물질을 사용하려면 탄두나 박격포에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는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화학무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려면 화학 물질을 살포할 운송 장비가 필요한데 IS의 기술은 그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마틴은 "IS가 지난 6월 장악한 이라크 모술에 대학교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 화학무기를 개발할 실험 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IS는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생화학·핵무기 전문가인 올리버 레픽도 IS가 겨자 가스 등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유럽에서 생화학 무기 공격을 벌이기에는 "군수적으로 매우 어렵고 기술적 장벽도 많다"고 AFP통신에 지적했다.
레픽은 "겨자 가스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급 시스템을 갖출 팀을 이뤄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며 "화학무기는 칼라시니코프(자동소총)나 폭발 벨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IS의 서방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을 섣불리 일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이라크에서 고위 군정보 관계자로 일하다 은퇴한 리처드 자너 중위는 IS는 화학 무기 프로그램을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던 알 카에다보다 넓은 재원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능한 과학자와 엔지니어 몇 명만 있다면 제한적인 재료만으로도 위해한 물질이나 무기용으로 특수화된 화학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AP통신에 강조했다.
영국 생화학무기 전문가 하미시 드 브레턴-고든은 인터넷상에 기고한 글에서 "IS가 염소를 테러 무기와 급조폭발물(IED)에 사용하기 위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를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실상 미국과 영국으로 돌아오는 외국인 지하디스트 모두가 이런 종류의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들이 염소와 다른 독성 화학물질을 어떻게 테러 무기로 사용하는지 알 것이라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브레턴-고든은 영국에서는 다량의 염소를 별도의 허가증없이 구매가 가능하다며 "(테러 공격은) 기차, 지하철 심지어는 축구 경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라크 당국은 IS가 화학물질에 정통한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화학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아래서 일하다 IS에 가담한 화학물질 전문가 아부 말리크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바 있다.
국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이행하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이달 초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가 시리아에서 금지된 화학물질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OPCW가 언급한 세력이 IS라고 보고 있다.
IS의 고위 대원인 이스라필 일마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시리아 정권은 정기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데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면서 IS가 한다니까 갑자기 큰 문제라고 한다"며 "그들이 당신과 싸우는 방식대로 싸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