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지난해 초 시리아로 들어갔다가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쯤 난민 행렬에 숨어 유럽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난민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바람에 당국이 테러 관련 내사자 명단과 난민 신원을 일일이 대조할 수 없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바우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벨기에 국적자였기 때문에 엄격한 신원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유럽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2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EU내무·법무장관 특별회의에서 이 점을 보완할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U 내무·법무장관들은 특별회의에서 EU 국적자를 포함한 모든 입국자를 솅겐 지역 국가들이 공유하는 명단에 일일이 대조하는 등 국경 검문을 강화하는 방안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가 제출할 이 법안은 솅겐 지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신원을 '솅겐 정보 시스템(Schengen Information System·SIS)'에 반드시 대조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EU 국적자가 아닌 사람들만 SIS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프랑스의 제안이 수용되면 EU 국적자들까지 모두 시스템상의 명단과 대조해야 한다.
이는 아바우드가 시리아에서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돌아왔을 수 있다는 프랑스 당국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아바우드를 포함해 적어도 2명 이상의 파리 테러범이 그리스를 통한 난민 유입 경로로 유럽에 들어왔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프랑스 당국은 아바우드가 이 나라에 들어왔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른 국가들도 그의 행적을 공유한 적 없다"고 밝혔다. 카즈뇌브 장관은 유럽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유럽형사경찰기구 유로폴의 롭 웨인라이트 국장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의심되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했다.
중동과 유럽을 오가는 사람 중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인원은 5000명이 넘는 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000명만이 EU 정보 당국이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하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를 다녀온 사람들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3000명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파리 테러 용의자 8명 중 6명이 별 다른 제재 없이 시리아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바우드는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의 선전 잡지에 출연해 수배자 명단에 오른 본인이 시리아와 벨기에를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자랑하며 국경 보안이 허술한 점을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