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주이란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 과격파 시위대에 잡혀 444일동안 억류생활을 해야했던 인질 53명이 36년만에 미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24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예산안에 이른바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태' 피해자뿐만 아니라 1998년 동아프리카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 등 테러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질사태는 1979년 미국으로 피신한 팔레비 국왕의 신병인도를 요구하는 과격 학생시위대가 11월 4일 주테헤란 미국대사관에 난입, 약 70명의 외교관들을 억류해 이중 일부는 풀어주고 53명을 1981년 1월 20일까지 444일동안 인질로 잡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비롯한 각종 경제제재를 현재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인질사태' 피해자들은 귀국 후 연방정부를 상대로 공무 중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수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매번 패소했다. 1981년 협상 당시 미 정부와 이란 정부가 인질 석방 후 배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던 것이 패소의 법적 근거가 됐던 것.그러다가 이번에 예산안에 테러 피해자 배상금이 포함되면서 무려 36년만에 배상이 현실화됐다.
사건 발생 당시 대사관 경비를 서다가 인질로 잡혔던 로드니 시크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피해배상금이 포함된 예산안에)서명하기까지 36년 1개월 14일이 걸렸다"며 그동안의 기나긴 상처와 고통을 정부가 인정하고 배상에 동의한데 대해 감격을 나타냈다. 그는 "(운전하다가 배상 소식을 전해 듣고) 차를 길 한쪽에 세운 후 울었다"고 말했다.
53명의 인질 중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사람은 37명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1인당 최대 440만달러(약 52억 5000만원)의 배상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억류 1일당 1만달러로 계산한 결과다. 유가족은 최대 60만 달러를 받을 전망이다.
배상금은 대이란,수단,쿠바 경제재제를 어기고 불법거래한 프랑스 은행 파리바가 미 연방정부에 지불한 벌금 90억 달러를 기반으로 조성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시크먼은 인터뷰에서 "리비아 정부가 팬암 103기 테러 사건 희생자들에게 직접 배상해줬던 것처럼 이란 정부도 직접 배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란이 사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