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무역흑자 사상최대'의 그늘…'불황형 흑자' 우려

지난해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인 904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흑자규모가 커지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수입이 줄어든 것은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액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내수 침체로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 성장세도 둔화되면서 위기감을 커지고 있다.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는 환율 절상 압박으로 이어져 수출환경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20일까지 수입은 전년보다 16.9% 감소한 4368억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기존 최고치인 작년(472억 달러)보다 2배 가깝게 늘면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도 5272억 달러로 전년보다 7.9%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우리의 수출과 수입을 합치면 9640억달러로 2011년이후 유지해온 무역 1조달러 행진이 4년만에 무너졌다.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작년 연초만해도 불황형 흑자 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많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입 감소는 국내 소비 침체와 연관이 깊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이 29.6% 줄었지만, 유가하락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은 전년보다 2.9% 줄어든 5561억 달러, 수입은 역시 6.6% 줄어든 4910억 달러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각각 1.2%, 3.3%씩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전년과 3.3%, 13.9%와 비교하면 성장 둔화가 확연하다. 이는 공장이 잘 돌지 않는다는 뜻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치명적이다.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0.7% 오르는 데 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1999년(0.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저유가와 경기부진에 따른 저성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약화시킨 탓이다.

저유가 상황은 일반적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줄여 소비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상황은 유가 하락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칫 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중국 성장세 둔화 등 G2 리스크와 저유가 상황에서도 호전될 기미기 보이지 않는 글로벌 경기 상황 등 악재가 산재해 있다. 또 연초부터 북한 수소탄 핵실험, 중국 증시 폭락 등 돌발 변수들이 터져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과 수입이 작년의 기저효과로 각각 2.1%, 2.6% 늘면서, 무역수지도 올해와 비슷한 9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수지 흑자가 과도할 경우 환율 절상과 통상 압박으로 이어져 수출환경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면서 원화 절상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수출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무역수지 흑자는 우려를 낳는다.

문 연구원은 "지난해 자본재, 소비재 증가율이 플러스를 유지했고, 대외여건 대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작년보다는 올해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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