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두고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 주요 당직자들은 필리버스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날 더민주의 필리버스터에 공조키로 방침을 정하고, 당내 정치혁신특위 부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이 직접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한 것과 배치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보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 어떤 문제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안 공동대표는 특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여당과 막아서는 야당의 모습은 19대 국회 내내 국민을 실망시킨 무능함 그 자체"라며 현재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 중인 더민주 역시 비판했다.
그는 "50일 이상 출마자와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방치해온 선거법(선거구 획정)을 다시 한 번 늦추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발언, 필리버스터로 인해 결과적으로 선거구 획정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안 공동대표 발언에서 더 나아가 "필리버스팅을 하는 자체가 스스로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의 자의적인 국회법 해석에 따라 직권상정이 남용된다면 묵과할 수 없는 헌정 내지는 국회법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은) 상정돼서도 안 되고 상정될 수 없는 요건에서 위법하게 상정돼 상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테러방지법) 상정을 기정사실화하고 필리버스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땐 재미도 있고 의사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민주국가에선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법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 같은 취지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입법 쿠데타'라 칭하며 당내 의원들을 향해 "직권상정 자체가 불법이고 상정이 안 됐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필리버스팅 참여에 반대했다.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은 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확장하거나 보장하는 내용의 법이라면 몰라도 제약하는 법을 직권상정이라는 절차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강행한다면 역사에 분명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비판의 방점을 뒀다.
김 위원장은 "저는 제1야당 대표 당시 국정원 개혁특위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며 "당시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약하는 법이 필요하다면 국정원의 업무행위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는 게 여야 간 합의를 봤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후 여당은 당 대표까지 서명한 합의문을 백지화하고 일방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약하려는 시도를 무리하게 하고 있다"며 "3당이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 논의된 합의정신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26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거구 획정 의결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당에만 맡길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당이 비록 교섭단체는 아니지만 조력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발언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여러가지 대안을 갖고 있다"며 "테러방지법 수정안 등 대안 마련을 위해 오늘내일 중으로 국회의장이 자리를 마련해주길 제안한다"고 발언, 조력이 꼭 필리버스터 공조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에서 이처럼 통일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자 직접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문병호 의원은 발언권을 청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금이라도 직권상정을 즉각 취소하고 3자 협의 테이블을 만들어 보다 더 심도 있는 토론을 해 여야 합의안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