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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무죄유지' 법정은 눈물바다…"또 버려졌다"

강제노역·구타에도…특수감금 혐의 무죄
피해자들 바닥 주저 앉아 큰소리로 통곡
"국가가 또 버렸다" "민초 질문 대답하라"
일부 피해자들 "그래도 의의 있어" 평가

 

[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거처가 없는 이들을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를 일삼은 혐의를 받는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가 유지된 11일, 대법원 법정은 피해자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검찰총장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 원장 고(故) 박모씨에 관해 신청한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판결 법원이 원장 박씨의 특수감금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면서 적용한 법령은 내무부훈령 410호가 아니라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20조나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법원조직법 8조"라며 "내무부훈령 410호는 형법 20조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박씨는 지난 1975~1987년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며 원생들을 감금해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이날 대법원이 박씨의 무죄를 유지하자 법정은 피해자들의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 여성은 "국가가 우릴 또 버렸어"라며 울먹거렸다. 남성 2명은 일어나서 "재판장님, 질문 있습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법정 경위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법정 밖에 나와서도 원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자 연모씨는 바닥에 주저 앉아 큰 소리로 통곡했다. 그는 "대법관이라는 사람들이 말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느냐"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남성도 "무식하고 기득권도 없는 민초들이 질문하면 대답을 하라"라며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대통령이 왜 가만히 있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피해 당사자로서 매우 안타깝기는 하지만 대법관이 인권 존엄성에 대해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했다"며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외면한 건 아니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측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법에 비춰보면 어쩔 수 없는 판결이기도 하다"며 "기각할 수 밖에 없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국가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배상청구를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이 배상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정권은 지난 1975년 내무부훈령 410호를 제정해 거처가 없는 부랑인들을 단속하고 시설에 수용하도록 했다. 이 같은 훈령에 근거해 군사정권은 부랑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으며, 이들을 수용하는 형제복지원과 같은 시설이 세워졌다.

부산 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에는 3000여명이 수용됐는데 이곳에서 12년간 51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검찰은 원장 박씨를 특수감금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보고 횡령 혐의만을 인정했다. 박씨는 지난 1989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으며,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2016년 6월27일 사망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해 다시 조사가 이뤄졌으며, 정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와 함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8년 11월 원장 박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소송 확정 판결에 법령의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구제 제도다.

앞서 대법원은 박씨가 내무부훈령을 근거로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형법 20조에 따라 특수감금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내무부훈령은 신체 및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었으며, 단속과 수용 대상 및 시설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 대법원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뒤 소부로 재배당했으며, 지난해 10월 공판기일을 열고 검찰과 피해자 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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